스피드업 한투'증권에 살고 증권에 죽는' 한국금융지주 딜레마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과 자산운용으로 대표되는 금융투자업 분야에서 M&A(인수합병)를 수단 삼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종합금융그룹으로 보기에 증권 관련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보험사 인수 검토를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다시 한번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딜사이트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 역시 가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한국투자증권에서 거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호실적은 그룹사를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 중심의 금융그룹 특징상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이유다.
17일 실적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1조45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별도 기준)의 순이익은 8549억원으로 전체의 81.7%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1조1189억원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순이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주식위탁매매와 IB(기업금융)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수익 성장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도 ETF(상장지수펀드) 사업 확대 성과 등이 나타났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대비 87.6% 늘었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다른 계열사들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었다. 순이익의 경우 한국투자저축은행(534.2%)은 급증했지만 한국투자캐피탈(-78.7%)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43.6%)은 급감했다. 특히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8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 기여도는 최근 높아지고 있다. 202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차이하는 비중은 2020년 68.2%, 2021년 54.5% 수준이었다. 이때는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다른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높은 편이었다. 특히 2021년에는 모든 국내 계열사가 전년대비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순이익이 1조7646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한국투자금융지주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한국투자증권 비중이 83.7%로 다시 커졌다. 주요 비증권 계열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전년대비 부진한 성과를 낸 영향이 컸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의 수신금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한국투자증권 비중은 84.2%로 큰 편이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진 지속에 더해 다른 비증권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캐피탈도 부동산시장 불황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이런 업황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영향으로 결국 한국투자증권의 2024년 연결기준 순이익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한국투자금융그룹은 본래 증권 중심으로 만들어진 금융그룹인 만큼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 비중이 큰 점도 이상하진 않다.
그러나 한 계열사의 수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으면 그 회사의 부진이 금융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금융지주 연결기준 순이익은 2021년 1조7646억원에서 2022년 6398억원으로 급감했는데 한국투자증권(9622억원→5357억원)의 영향이 컸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메리츠화재(73.3%) 비중이 크지만 메리츠증권(27%)도 작지 않은 편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지주사가 없지만 계열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9254억원) 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4561억원), 미래에셋생명(1361억원) 등의 비중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최근 카디프생명을 비롯한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도 과도하게 높은 한국투자증권 수익 의존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사는 대체로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가 좋고 장기자산 운용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매년 실적을 보면 그해 증시 상황에 따라 순이익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투자증권 수익 의존도가 높은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실적 안정성을 갖추려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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