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킥스 도입 예고대형 보험사 살펴보니...한화생명·현대해상 '아슬아슬'
새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회사는 없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규제에 익숙한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새 규제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 등을 딜사이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대형 보험사라고 해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규제 도입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은 경쟁 보험사와 비교해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낮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규제 수준에도 근접해 있다. 자본관리 전략을 두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8%로 직전 분기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평가손익 변동 등 영향으로 기본자본은 줄고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킥스비율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으로 조달하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만으로 산출한 비율이다.
한화생명의 기본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9조615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9조9299억원)과 비교해 3148억원 감소했다. 요구자본은 같은 기간 12조4969억원에서 13조276억원으로 5307억원 증가했다. 분자(기본자본)는 줄고 분모(요구자본)는 늘어난 셈이다.
자산 기준 상위 5곳 생명보험사와 비교하면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100%를 밑도는 곳은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삼성생명(146.2%), 신한라이프(118.0%), 교보생명(110.6%), NH농협생명(108.3%) 등은 100%를 훌쩍 넘는다. 공통적용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을 기준으로 했다.
현대해상은 상위 5곳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57.5%로 예상되는 규제 수준인 50%에 근접해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가 156%로 유일하게 100% 이상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보였다. 삼성화재는 가용자본에서 기본자본 의존도가 높은 유일한 곳이다. 메리츠화재는 91.7%로 파악됐고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각각 85.7%, 82.5%였다.
특히 현대해상은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금리 하락 및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강화로 기본자본을 구성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73.3%였다. 현대해상의 기본자본은 지난해 3분기 5조4271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5424억원으로 884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9606억원에서 –2조4172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은 자본관리 전략을 두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보험사는 경쟁 보험사 대비 킥스비율 자체가 낮은 데다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점이 저조한 기본자본 킥스비율의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해상은 아예 올해 경영목표를 '자본력 개선'으로 잡았다.
두 보험사 모두 상장사로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카드를 쓰기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방안을 찾아볼 것으로 관측된다. 기본자본 조건을 충족하는 자본성증권 발행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거나 요구자본 관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기본자본 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요구자본 감축을 위한 전략이 적극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본다"며 "위험 전가를 위한 공동재보험 활용이 증가하고 시장위험액 경감을 위한 파생상품 활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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