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 부문 수장 자리가 1년 반째 비어있는 점을 책무구조도상 허점으로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책무구조도가 이달부터 도입되고 금감원이 이를 콕 집어 지적했기 때문에 한투도 내부적으로 급히 IB부문 그룹장 선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현재 윤희도 IB전략본부 전무가 그룹장 선임에 유력하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3일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운용재산 20조원 이상 금융투자업자, 보험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체계를 정식 도입한다. 한투 역시 이 대상에 포함됐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 특정해 두는 제도로 내부통제 책임을 경영진들이 지도록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각 단계별 책임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금감원은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면서 증권사들의 각자대표 체제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등 거버넌스 구조 전반을 점검해왔다.
금감원은 책무구조도 정식 도입을 앞두고 한투에 대한 사전 컨설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투 IB그룹장이 공백인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는 지난 2023년 말 배영규 전 IB그룹장이 물러난 이후 후임을 선임하지 않았다. IB업무는 김성환 대표이사가 직접 지휘해왔다. 김 대표는 2016년 업계 최연소 IB그룹장을 지냈고 공격적 영업전략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만큼 김 대표가 후임 그룹장 선임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IB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어 내부 인사엔 만족하지 못하고 외부 인재도 쉽게 낙점하지 못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의 전문성이 주된 이력인 만큼, 주식자본시장(ECM) 관련 IB 본업에 대한 경험은 적어 IB그룹장 공백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현재 IB 그룹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윤희도 IB전략본부 전무다. 윤 전무는 지난해 7월 신설된 IB전략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으며 전무로 승진했다. IB전략본부는 카브아웃(Curve-out) 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기업의 비정형 자금 수요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조달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존 IB전략컨설팅부와 PE투자부를 통합한 조직이다.
윤 전무는 동원증권 시절부터 리서치센터에서만 18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2016년 말 차장에서 상무보로 직행해 리서치센터장을 맡으며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이후 한국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을 거쳐 지난해 다시 한투로 복귀했다. 김성환 사장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김 사장이 경제학과 출신, 윤 전무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윤 전무의 IB전략본부는 개편 이후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보긴 어렵지만, 책무구조도 시행에 발맞춰 그룹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투 IB그룹장은 이전부터 전무급에서 맡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체제를 개선 사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한투 이사회 의장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그룹사 뿐만 아니라 핵심 자회사인 한투에서도 20년 이상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가 강조되고 있어 김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유지가 가능할지도 지켜봐야 할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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