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업 한투
한국금융지주, 'M&A 승부사'로 다시 나선다
① 20여년 전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려…'신중'에서 '도전'으로 전환 채비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과 자산운용으로 대표되는 금융투자업 분야에서 M&A(인수합병)를 수단 삼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종합금융그룹으로 보기에 증권 관련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보험사 인수 검토를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다시 한번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딜사이트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 역시 가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 시동을 다시 걸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대규모 M&A로 성장동력을 얻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면서 M&A 시장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가 추진해 온 M&A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전경. (제공=한국투자증권)

◆ M&A '신의 한 수', 한국투자증권 인수


15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종속법인 10곳(사모투자합자회사 제외)을 거느린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자기자본은 9조7345억원으로 전년대비 15.3%(1조2895억원) 증가했다.


한국금융지주가 현재 이름으로 출범한 2005회계연도(2005년 3월~2006년 2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6720억원에 머물렀다. 약 20년여 만에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시초는 1968년 세워진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이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했다. 그 뒤 동원그룹 오너 일가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1991년 한신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하면서 연을 맺게 됐다.


한신증권은 1992년 동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고, 동원그룹은 1996년 동원창업투자(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같은 해 고려상호신용금고(현 한국투자저축은행)과 동원투신운용(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각각 인수해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동원그룹이 2003년 계열분리를 시작해 그해 5월 동원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한국금융지주의 태동도 본격화됐다. 동원금융지주는 2003년 말 기준 자기자본 1조41억원에 계열사 5곳으로 종합금융그룹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뒤 동원금융지주는 2005년 2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했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그해 6월 합병하면서 동원금융지주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이름을 바꿨다. 직후인 7월 동원투신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통합됐다.


이때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인수에 5462억원을 썼는데 당시 자기자본은 1조558억원이었다. 대규모 M&A를 통해 금융투자업 중심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요 M&A 현황.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부장)

◆ 잇단 M&A 실패에 '내실'로 눈 돌려


그러나 한국금융지주는 꽤 오랫동안 M&A 시장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일단 2005년 예가람저축은행, 2011년 파랑새저축은행·프라임저축은행, 2013년 신민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4년에야 예성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증권시장에서는 2015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이라는 대형 증권사 인수전에 잇달아 도전했지만 연속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한국금융지주가 M&A로 성장동력을 얻었던 전례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대신 한국금융지주는 금융투자업과 관련된 계열사를 꾸준히 늘려갔다. 2006년 한국밸류자산운용(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이큐파트너스(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2014년 한국투자캐피탈이 각각 설립됐다.


그 뒤 2019년 한국투자부동산(현 한국투자부동산신탁), 2021년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2022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만들어졌다. 주요 수익원인 증권 및 자산운용과 관련성 높은 사모펀드(PE), 부동산신탁, 벤처캐피탈(VC) 등으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몸집을 키우는데도 집중했다. 특히 유상증자 참여 등 자본수혈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을 뒷받침했다. 올해 3월 한국투자증권에서 발행한 7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지원의 일환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활용이 중요한 IB(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곳이다. 그만큼 한국금융지주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성장을 밀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제공=한국투자금융지주)

◆ 보험에서 'M&A DNA' 다시 살린다


한동안 금융투자업에서 내실을 쌓은 한국금융지주가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에 거듭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남구 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카디프생명보험 인수 추진 여부를 질문받자 "여러 검토사항 중 하나"라고 대답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다른 비은행 중심 종합금융그룹인 메리츠·미래에셋금융그룹과 달리 보험 계열사가 없다. 금융지주사가 보험 계열사를 둘 경우 증권사를 통한 상품 판매 또는 자산운용사를 통한 보험자산 관리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장기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큰 편이라 증권·자산운용사와 시너지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2023년부터 한국금융지주가 KDB생명 또는 ABL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실제 움직임은 없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가 핵심 계열사이고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미래에셋생명을 알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두고 있다"며 "한국금융지주도 그런 점을 눈여겨보고 보험사 인수를 검토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의 70% 이상을 메리츠화재가 차지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처럼 금융투자업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경우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 1361억원을 거두면서 전년대비 16% 이상의 성장성을 보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스피드업 한투 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