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의 인수를 본격화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로부터 두 보험사에 대한 최종 인수 동의를 얻으면서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결정에 앞서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별개로 법률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은 변수는 현 상황과 맞물린 금융당국의 판단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다.
우리금융지주는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및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동양생명 1조2840억원, ABL생명 2654억원으로 총 1조5493억원이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 ABL생명 지분 100%를 각각 인수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회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실사 결과 및 다자보험과의 협상 내용 전반에 대한 사항을 보고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부터 다자보험과 인수 관련 협의를 진행한 후 6월말 비구속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이달 중순까지 두 보험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가격 협상 등을 마무리지었다.
눈길을 끄는 건 우리금융이 이사회에 보고를 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던 법적 리스크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손 전 회장의 부정대출 의혹이 불거졌지만 현 상황에서 동양·ABL생명 인수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금융 이사회 한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이 아닌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금융으로부터)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받았다"며 "보험사 인수안 의결과 관련해 (손 전 회장 관련) 제재 가능성은 별개로 봤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16조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새롭게 자회사를 편입(인수)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사의 경영건전성 등에 문제가 될 경우 개선 방안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계약이 적정 가격에 이뤄진 만큼 건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가는 1조 후반대까지 점쳐졌지만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마무리해 자본 여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동양·ABL생명 인수가격에 대해 "협상을 잘 한 것 같다"며 "다자보험 측도 (동양·ABL생명을) 올해 안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좋은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남은 것은 자회사 편입에 대한 금융위의 승인 여부다. 관련 제재 결과가 당장 나오기는 힘들지만 검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승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만 우리금융은 현재로는 현 경영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재를 받더라도 우리금융지주까지 올라갈 사안이 아닌 만큼 승인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강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우리은행 선에서 끝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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