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종합 콘텐트 기업 콘텐트리중앙에 300억원을 투자한다. 콘텐트리중앙이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한투PE는 최근 OTT 간 경쟁 등으로 인해 콘텐트 제작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통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투PE는 콘텐트리중앙이 발행한 사모CB 300억원을 매입한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4%이며 전환가액은 8283원으로 책정했다. 전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한투PE는 콘텐트리중앙 지분 15.8%를 확보하게 된다. 콘텐트리중앙은 한투PE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전액 채무상황에 사용한다.
한투PE는 이번 투자에 '한국투자 2022'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 2022년 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란우산공제 등의 출자를 받아 338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주요 투자포트폴리오로는 ▲SK온 ▲탑머티리얼 ▲제일엠앤에스 등이 있다. 이번 투자로 한투PE는 해당 블라인드펀드의 재원을 모두 소진한다.
콘텐트리중앙은 중앙그룹의 중간 지주사로 SLL중앙, 메가박스중앙, 필름몬스터 등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드라마·영화 제작부터 영화관(메가박스), 키즈카페 운영 등 종합 콘텐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기생수:더 그레이>, <Mr.플랑크톤>, <범죄도시4>, <재벌집막내아들> 등이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콘테트리중앙의 매출은 8795억원으로 전년대비(9930억원)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0.3%(474억원→680억원), 순손실은 45.1%(1673억원→919억원) 줄어들었다. 콘텐트 업황 부진으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판매관리비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한투PE는 올해부터 콘텐트리중앙의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 통큰 베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으로 플랫폼·OTT 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SLL 등 주요 자회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들의 약진을 경계한 넷플릭스가 리쿱률(제작비 회수율)을 상향하기도 했다.
SLL이 최근 흑백요리사 제작사인 '스튜디오슬램'을 품에 안으며 예능 콘텐트 제작 역량을 강화한 점도 주목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8일 SLL은 스튜디오슬램 지분 29.8%를 115억원 가량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SLL은 기존 보유지분(23.1%)에 더해 스튜디오슬램 지분 5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여기에 한한령 해제도 콘텐트리중앙 입장에서는 호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5월 중 중국 정부는 한한령 규제를 해제할 예정이다. 이에 그간 중국에 대한 수출길이 막혔던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국가인 만큼 지적재산권(IP)을 직접 수출할 수 있다.
지난 9일 종가기준 콘텐트리중앙은 주가는 1주당 7650원이다. 앞서 지난 2월 한한령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8000원 안팎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1만원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향후 콘텐트리중앙의 실적 개선과 한한령 해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OTT 간 경쟁 심화로 리쿱률 등이 상향되면서 SLL 등 드라마 제작사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SLL은 최근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스튜디오슬램을 인수하면서 콘텐트 역량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투PE 역시 현재 콘텐트리중앙의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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