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주사 스토리
숨 고르는 SK, 최태원 역할론 '대두'…'오너 프리미엄' 강화
리밸런싱·대외활동 동시 확대해 시장신뢰 구축…수익·성장성 확신 전파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1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월 21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서 열린 'TPD2025'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제공=SK)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리밸런싱과 함께 대외행보 보폭을 한층 넓히고 나섰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성장 투자를 앞두고 시장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만 출장길에 올라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회동하는 등 트럼프발 관세 태풍이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온 중복상장 추진 등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한층 심화 중인 점을 고려하면 지속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적극 내비쳐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미래 성장동력 곳곳마다 가족경영을 확대하는 등 '오너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대내외 사업·투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대대적인 계열사 리밸런싱에 발맞춰 대외·현장 경영 행보를 눈에 띄게 늘리면서 그룹 안팎으로 반등 신호탄을 동시에 쏘아 올리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현지를 방문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조우하고 AI 및 반도체 협력 방안을 다각 논의했다. 아울러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대만 출장길에 오르는 등 광범위한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이 밖에 바이오 및 글라스 기판 등 유망 사업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국내외 생산·직판 현장을 직접 찾는 등 경영 보폭을 한층 넓혔다.


올 1월에는 'CES 2025'에 3년 연속 참석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AI 관련 미팅을 진행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재회해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예고했다. 이후 에너지 사업 요충지로 부상한 베트남 등을 찾아 현지 당국 관계자들과 협력을 도모하는 등 다각적인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의 대외 활동은 그룹 내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 중인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정계 주요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에 대한 초당적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발 맞춰 20대 그룹 CEO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대미 통상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이 밖에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으로서 미국 워싱턴 DC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5'에 참석해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제조 AI 분야서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경영 보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는 '오너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최근 현금창출력이 둔화하고 재무부담은 가중된 만큼 수익·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 그룹 신뢰도를 유지해 나가는 방식이다. 또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차전지 등 트럼프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앞서 SK는 지난해 기준 주요 비상장사 및 자체사업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000억원으로 20% 줄고 단기차입금은 17.6% 늘며 재무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최 회장은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서 1조3000억원대의 재산분할 판결을 받고 그룹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오너 리스크'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재계서 최태원 회장만큼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오너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1조원대의 재산분할 판결이 난 만큼 오너 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과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그룹 이미지를 쇄신해 나가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오너 리스크'를 '오너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해 현장경영, 가족경영 등을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최 회장은 최근 주요사업군 곳곳에서 가족 경영을 확대 중이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최근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을 맡고 사업 콘퍼런스콜에서 직접 발표 및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드맨'들의 약진도 이어진다. 최 회장은 그룹 리밸런싱을 진두지휘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명하고 중복 사업·투자 가능성이 있는 부문을 효율화하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종속회사 수는 지난해 기준 649개로 최 의장 취임 직전인 2023년 말 대비 9.4% 감소했다. 


아울러 최 회장의 동생인 '전략통' 최재원 전 SK온 수석부회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에 선임된 뒤 핵심사업 중 하나인 '에너지' 부문을 총괄 중이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 미등기임원으로 합류하면서 최 회장과 '형제 경영'을 한층 강화했다. SK텔레콤이 그룹 AI 사업에 있어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경쟁력과 직결되는 의사결정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의장 등 리더들의 리더십과 솔선수범함이 내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트릴 것이란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현장·가족경영을 한층 확대하고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체계를 지속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오너가(家)가 기업경영 일선에 직접 뛰어들어 속도감 있는 투자·경영 효율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최태원 회장이 효율성 논란이 이어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뚝심 있는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SK가 또 다시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을 통해 AI, 양자 등 미래지향적 투자를 진행 중인 만큼 중장기 투자 계획에 힘을 실을 우군과 재원 확보가 관건"이라며 "올해 오너가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무 개선과 재원 확보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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