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프로로 인수 나우IB, 한·일 합작펀드 '키포인트'
마루젠케미칼·기존 임직원 등 출자…장기 파트너십 '강조'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나우IB캐피탈이 일본 반도체 장비기업 썬프로로시스템을 인수할 수 있었던 주요인에는 펀드 구성이 꼽힌다. 나우IB는 썬프로로시스템의 오랜 파트너사인 마루젠케미칼 등을 출자자(LP)로 확보하면서 일본 측 출자비율이 40%에 달하는 펀드를 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강조한 점이 인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썬프로로시스템코리아 전경(출처=네이버지도)

◆일본 소재 시트 라이닝 전문기업…창업주 별세에 매각 타진


썬프로로시스템은 1992년 설립한 일본 소재 시트 라이닝 전문기업이다. 반도체 및 특수화학은 독성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운송 탱크에 시트 라이닝이라고 하는 내부 코팅을 진행한다. 썬프로로시스템은 이 같은 작업을 진행한 라이닝 탱크를 공급하는 일종의 장비 회사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국·중국·대만·미국 등에 100% 자회사를 두고 있다.


썬프로로시스템은 시트 라이닝 영역에서 차별화와 전문성을 갖춘 우량 기업이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영업이익이 매년 300억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작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00억원, 3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른 업사이드(성장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2019년 썬프로로시스템의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해당 지분(100%)을 특수관계인 및 임직원이 각각 50%씩 나눠 갖게 됐다. 이들은 썬프로로시스템의 일본 상장과 매각을 고민하던 중 회사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 거래처를 방문한 나우IB는 썬프로로시스템 매각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인수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나우IB는 작년 7월부터 일본 현지 프라이빗에쿼티(PE)와 경쟁한 끝에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같은해 9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3개월 간의 실사를 거쳐 올해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특히 실사 단계에서 썬프로로시스템의 대만, 중국 등 해외 공장들을 모두 들여다보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썬프로로시스템 고객사·임직원 LP로 확보…신뢰성·진정성 '부각'


나우IB가 썬프로로시스템 인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LP 구성이 꼽힌다. 나우IB는 협상 단계에서부터 일본의 중견 상사 마루젠케미칼을 전략적투자자(SI)로 확보하는 등 한·일 합작 글로벌펀드를 조성했다. 마루젠케미칼은 썬프로로시스템의 거래사이자 나우IB와는 20년 이상 교류해온 기업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썬프로로시스템 지분을 매각하는 기존 임직원들이 500억원 규모로 나우IB 펀드에 재출자를 단행했다. 나우IB는 이번 인수를 위해 총 2300억원 규모로 3개의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 측 출자비율이 40%(약 930억원)에 달한다. 나우IB가 일본 현지 LP를 모집해 투자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나우IB는 썬프로로시스템의 고객사와 기존 임직원들을 LP로 확보하면서 인수의 신뢰성과 진정성을 부각할 수 있었다.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밸류업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LP 구성을 통해 강조한 셈이다. 특히 이 같은 한·일 합작 펀드로 투자에 나선 덕분에 일본의 경제산업성으로부터 빠르게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우IB 관계자는 "합작 펀드의 경우 한·일 양국 기업 간의 신뢰가 수반이 안되면 어려운 부분"이라며 "나우IB를 믿고 출자를 단행한 마루젠, 회사 임직원 등 국내외 LP 덕분에 이번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가 한·일 기업 간의 공동투자를 위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볼트온 전략 염두…"한국 기업 접근 어려웠던 M&A 기대"


나우IB는 썬프로로시스템의 기존 핵심인력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여기에 이승원 나우IB 대표, 일본 반도체 소재기업 트리케미칼 대표 등이 사외이사로 참여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나우IB는 향후 신규사업 진출 또는 볼트온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볼트온 대상의 경우 썬프로로시스템이 세계 각국에 거점을 둔 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물색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 기업이 직접 접촉하기 어려웠던 기업을 썬프로로시스템을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우IB 관계자는 "볼트온은 한국은 물론 일본·대만 등 다양한 나라에서 물색할 수 있다"며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한국 기업이 직접 접촉하기 어려웠던 기업을 썬프로로시스템을 통해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신규사업 진출과 볼트온 전략 등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나우IB는 지난 7일 썬프로로시스템 인수대금 납입을 끝으로 거래를 종결했다. 인수대상은 썬프로로시스템 특수관계인 및 임직원 등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 100%다. 전체 거래규모는 2600억원 수준이다. 거래 과정에는 KPMG, 법무법인 화우, 일본 TMI 법률사무소 등이 자문을 맡았으며 산업은행이 인수금융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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