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톺아보기해외 법인 매입채무 증가…계열사 활용 '현금흐름' 개선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포스코가 계열사 덕분에 현금흐름 악화를 방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지불해야 하는 매입채무가 늘어났는데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잠시 미룬 것이다.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계열사를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는 해외법인들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이용해 기초소재를 매입한 영향으로 매입채무가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포스코에 유입된 현금은 4조961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1.1% 증가한 금액이다.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현금은 더 들어왔다. 같은 기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조7312억원으로 24.9% 줄었다.
포스코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을 늘린 건 매입채무 증가와 무관치 않다. 장부금액 상 포스코의 매입채무는 지난해 4조1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6% 늘었다. 매입채무는 원재료 등을 외상으로 매입하는 경우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외상 거래를 통해 현금흐름 악화를 방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포스코가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계열사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2023년 포스코인터내셔널 매입채무는 8479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40.6% 증가한 1조1925억원이었다. 반면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매입한 원재료 등은 지난해 3조5606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29.3% 늘었다. 통상적으로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활용해 원재료를 매입하고 철강제품을 판매한다. 즉 계열사의 힘으로 원재료 매입을 늘렸음에도 매입채무도 증가시켜 현금흐름 악화를 방지한 셈이다.
포스코가 이렇게 계열사의 힘까지 빌리며 현금흐름을 조정한 것은 철강업의 불황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습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난 데다 가격까지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주요 철강업체인 현대제철도 지난해 중국산 등의 후판과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도 철강업 시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도 포스코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활용해 현금흐름 악화를 방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너지 사업은 견조한 이익 창출을 이끌고 있지만 철강 등 소재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바이오와 무역 및 투자법인의 견조한 실적에도 철강, 친환경소재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등 해외법인과 포스코인터내셔널과의 거래가 증가했다"며 "해당 법인들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기초소재를 매입해 해외법인의 매입채무가 늘어났고 연결재무제표 상에도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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