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검사장비
유니테스트, 수주 실패로 재무 악화…믿을 건 'SK하이닉스'
DDR5용 번인테스터, 데드라인 넘겨 물량 못 받아…HBM4용 테스트 결과 기대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니테스트 전경. (출처=유니테스트)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 제조업체 유니테스트가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부담이 늘어나 현금흐름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8월 SK하이닉스의 HBM4용 번인테스터 퀄(품질) 테스트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DDR5용 번인테스터는 퀄테스트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 수주 물량을 배정 받지 못한 바 있어, 이번에는 반드시 거래를 성사시켜 매출로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니테스트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0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58억원, 2022년 -198억원으로 부진을 이어오다 2023년 185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으로, 값이 클수록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악화시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2년과 2023년 350억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채권은 지난해 463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외상으로 판매한 매출로, 손익계산서에 매출로 계상되지만 실제 현금 유입은 이뤄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른 매출채권회전율 역시 1년새 급감했다. 지난해 회전율은 2.25회로, 전년(4.68회)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회전일수 역시 82.57일에서 162.22일로 늘어나,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 증가했다.


현금흐름을 둔화시키는 또 다른 요소인 재고자산은 2022년 359억원→2023년 223억원→2024년 194억원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급감한 여파로 재고자산회전율이 5.75회에서 4.42회로 줄어들었으며, 이에 따른 재고자산회전일수도 63.47일에서 82.57일로 늘었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바뀌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30%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외상매입 거래 등을 포함하는 매입채무는 최근 3년간 평균 120억원대를 유지하며 큰 변동이 없어 전체적인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 곳간이 줄어든 가운데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면서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유니테스트의 지난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9.73%(462억원→325억원) 감소한 반면,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709.41%(22억원→179억원)으로 급증했다. 주 차입처는 우리은행으로, 이자율은 2.69~6.78%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만기는 오는 12월 26일이다. 이에 대해 회사 한 관계자는 "운영 및 시설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렸다"며 "부채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테스트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된 배경은 주요 사업 부문의 부진에 있다. 이 회사의 사업 부문은 크게 반도체 테스트 장비 사업과 태양광 EPC 사업으로 나뉘며, 각각 전체 매출의 70.89%, 25.42%를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 테스트 장비는 최근 메모리반도체의 고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제품 하나당 테스트 항목이 늘어나고 있으나, 반도체 업황 자체가 침체되면서 수요가 위축됐다. 이로 인해 웨이퍼, 메모리, 스토리지, 로직 번인 등 다양한 테스터 제품군을 취급하는 유니테스트 역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태양광 EPC 사업의 경우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되기에는 아직 불안정한 모습이다. 매출이 2022년 501억원→2023년 719억원→2024년 235억원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했던 수주 프로젝트 일정이 다소 이연되면서 작년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유니테스트의 매출은 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44.90%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23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영업이익 71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이에 회사에서는 메모리 테스터 부문 주요 제품인 '번인테스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8월 중에 SK하이닉스의 HBM4용 웨이퍼 번인테스터 퀄(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가 공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유니테스트가 SK하이닉스로부터 DDR5용 웨이퍼 번인테스터 퀄 테스트를 이미 통과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HBM4용 번인테스터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번인테스터는 2009년 유니테스트가 재무 구조 악화로 회사 매각을 추진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에,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기업과 거래를 틀어 1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게 한 핵심 제품이다.


특히 DDR5용 번인테스터는 퀄테스트만 통과하고 정작 수주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HBM4에서는 반드시 매출로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테스터 업체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DDR5용 퀄테스트는 어드반테스트, 디아이, 유니테스트 세 곳이 동시에 진행했으나 유니테스트는 데모 장비 납품 데드라인을 막판에 지키지 못했다"며 "장비 개발에는 성공했고, 유니테스트 측 읍소로 퀄테스트는 통과했지만 끝내 벤더로는 선정되지 못해 수주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HBM4 퀄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사들의 통상적인 장비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5년마다 교체 매출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HBM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테스터를 교체해야 해 구매 주기가 더 짧아진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HBM 번인테스터는 일본 어드반테스트가 대부분을 공급해왔으나, 기술 고도화에 따라 테스트해야 할 기능이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도 벤더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다만 HBM 번인테스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고대역폭 성능 테스트'는 기술 난도가 높아 현재로서는 어드반테스트만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유니테스트는 그 외에 다른 테스트 항목에 한해 물량을 배정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니테스트 외에도 디아이가 HBM4용 번인테스터 퀄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다. 디아이는 지난 1월부터 SK하이닉스에 이전 세대인 HBM3E용 번인테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두 업체의 장비 기술력은 거의 유사한 것으로 전해지며, 양사 모두 공급하게 될 경우 총 세 개의 업체가 HBM4 벤더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 인하 압박을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4용 번인테스터가 기존 장비보다 기술 난도가 높은 것은 가격 인상 요인, 벤더가 늘어나는 것은 가격 인하 요인이다. 향후 SK하이닉스와의 협상에서 이 두 가지 요인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 수요는 증가할 것이 확실하므로, 공급망에 진입한 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격 인상폭이 얼마가 될 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니테스트는 최근 김종현 단독대표 체제에서 김종현, 안수홍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1967년생인 안수홍 대표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자동차 등을 거쳐 2001년 유니테스트에 합류했다. 김종현 대표보다 1년 먼저 입사한 안 대표는 현재까지 약 25년간 장기 근속하며 김 대표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다. 회사의 사업 확장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온 것으로 전해진다. 안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유니테스트 지분은 11만4000주(0.5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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