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기술 리더십 부족으로 인한 주가 부진 등 문제를 보이지 않도록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
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무대에 선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초기 대응에 늦은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차세대 HBM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다시 확보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나 비전 제시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엔비디아 HBM 납품이 지연되는 데다 7세대 D램(1c)에서도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는 등 뚜렷한 성과가 없기에 명확한 방향성 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씁쓸한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전 부회장이 약속한대로 기술력 확보를 통한 성과 도출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총의 화두는 바로 '반도체'였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반도체 사업 부진이 지목되는 만큼 주주들의 관심도 전 부회장의 입에 쏠렸다. 이에 전 부회장도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반성으로 입을 뗐다.
전 부회장은 주가 부진의 원인이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으면 하반기 중으로 HBM3E 12단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HBM 시장인 HBM4와 커스텀 H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으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을 공급해 고객 수요에 맞출 것"이라며 "다가올 시장인 HBM4와 커스텀 HBM 분야에서도 HBM3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반기 양산 목표로 차질 없이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리더십 부족에 따른 주가 부진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췄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고객사에 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소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범용 D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반도체 업계의 추격을 타개할 방안으로는 HBM, DDR5, LPDDR, SSD 등 고부가 제품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전 부회장은 "아직 중국의 기술력이 부족한 만큼 고부가시장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하이엔드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선단 노드의 경쟁력을 높이고 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52시간 적용 예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도화를 강조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개발 시간이 필요한데 주52시간 근무 제한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정 미세화 등 개발 난도를 높여야 하는 만큼 개발 인력의 집중 근무가 필수적"이라며 "법으로 핵심 개발자들이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근로 시간 유연성 확보를 위해 특별연장근무지침을 유연하게 개편한 것으로 안다"며 필요할 경우 이를 활용하더라도 임직원들의 선택권과 건강권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DS 부문에 속해 있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장들도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가 지난해 4분기에만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은 "다양한 공정과 시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빠르면 2년, 늦으면 3년 안에 각 노드에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경영진으로서 비효율적인 관행이나 투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줄이고자 한다. 선단 노드 수율을 회복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전 부회장을 비롯한 DS 부문 사장단들이 주주 앞에서 수익성 개선과 기술력 회복을 약속했지만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장단들의 답변에 크게 새로운 내용이 없는 만큼 주가 반등 방안을 기대한 주주들에게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만큼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형수 HLS파트너스 대표는 "삼성전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뒤처진 상황 아닌가. D램 분야에서도 1c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로는 1위지만 기술로 1등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상황"라고 말했다.
이에 무엇보다 기술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조직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기술력"이라며 "기술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결국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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