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업보고서]
삼성전자
R&D 35조원 삼성전자…시설투자는 '숨고르기'
시설투자비 53조원 올해도 유지할 듯
이 기사는 2025년 03월 3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시설투자비·연구개발비 현황 (그래픽 = 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비 35조215억원, 시설투자비 53조6461억원을 투입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올해 '기술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만큼 올해 연구개발비도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설투자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가 무리한 양산에 돌입하기 보다는 수익성 나는 제품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데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35조215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 28조3528억원보다 23.5% 증가한 규모로, 매출의 11.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최근 5년 추이를 봤을 때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21조2292억원 ▲2021년 22조5964억원 ▲2022년 24조9291억원 ▲2023년 28조3528억원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덩달아 시설투자비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비는 53조6461억원으로 전년(53조1139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2020년 38조4979억원이었던 시설 투자비는 2021년 48조2222억원으로 올랐다가 2022년부터 53조1153억원으로 50조를 넘겼다.


부문별로 봤을 때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시설투자비가 46조2792억원으로 가장 많은 시설 투자비가 투입됐다. 이는 실적 부진을 겪었던 2023년에 투입한 48조3732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2020년에 투입한 32조8915억원에 비하면 무려 40.7%나 증가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를 늘려온 이유는 반도체 사업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업계에 따르면 DS부문의 투자비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공정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시황이 악화되며 연간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올해 파운드리사업부의 경우 시설 투자 규모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DS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시설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술리더십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한다. 다만 설비 투자는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제품 라인업 효율화와 라인 설비, 호환성 강화 등 투자 효율을 제고하고 체질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파운드리사업부만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지만 파운드리사업부가 수주 부진 등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더 허리띠를 조여 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완공 시점을 지난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장하며 투자 규모도 줄였다. 올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도 인력 채용에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인 반 삼성전자는 8.1%를 기록하며 전 분기보다 1%p 떨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설투자를 크게 늘린다는 건 곧 양산 규모를 늘린다는 뜻인데 물량을 늘려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설비투자에 들어갈 돈을 아껴 수익성이 나는 선단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


업계에 따르면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나노 공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지만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크게 양산을 늘리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를 줄인다는 건 무리하게 양산 물량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입장에서 당장 팔지 못하는 물량을 굳이 많이 생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에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정이다. 이에 전체적인 설비 투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투자를 줄인다고 해서 경쟁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투자를 줄이는 게 좋은 상황"이라며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해서 많은 물량을 생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설투자를 늘려 장비를 100대를 설치한들 생산 물량을 판매하지 못한다면 그 금액을 아껴서 연구개발에 투입해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주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3년 안에 각 노드에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비효율적인 관행이나 투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줄이고자 한다. 이런 노력이 고객 저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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