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실적분석호실적에도 웃을 수만 없는 이유

[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와 투자심리 회복 덕에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 자산 규모도 1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두나무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업비트를 제외한 해외 겨냥 사업이 부진을 겪으며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규제 조치를 슬기롭게 넘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최대 실적을 거둔 두나무의 다음 전략적 행보는 신성장 동력 발굴과 규제리스크 대응으로 요약될 것으로 관측된다.
◆ 역대 최고 실적 두나무
두나무가 지난 28일 공시한 지난해 실적 자료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316억원으로, 전년도 1조154억원 대비 7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1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1%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9838억원으로 전년도 8050억원 대비 22.2% 증가했다. 영업이익 1조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두나무의 이러한 성과는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로 인해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대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다.
두나무는 지난해 호실적을 기반으로 처음으로 자산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섰다. 두나무의 지난해 총자산은 15조3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 본진은 튼튼, 앞마당은 부실
두나무 본진은 업비트의 호실적으로 튼튼한 모습이다. 하지만 두나무가 투자한 주요 관계 기업은 지속적으로 손실을 기록하며 사업 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두나무는 관계사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무신사 중고거래플랫폼 '솔드아웃'에 투자했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손실이 계속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하이브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레벨스도 문제다. 현재 두나무가 65%, 하이브가 3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하이브가 블록체인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레벨스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NFT 사업인 모먼티카는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벨스 법인을 활용해 새로운 해외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최근 레벨스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사의 부진은 지분법손익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두나무의 지난해 지분법 손실 227억원에 달했다. 주요 손실을 본 관계사는 하이브(-99억원), 레벨스(-80억원), 타이드스퀘어(-19억원), 에스엘디티(-18억원) 등이다.
지분법 손익은 지배기업이 관계기업 또는 공동기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그 관계기업 또는 공동기업의 당기순이익(손실) 중 지배기업이 보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배기업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 규제 리스크와 ESG 대응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규제 조치는 두나무의 향후 전략에 큰 변수로 떠올랐다. 신규 회원의 자산 이전 금지, 임직원 인적 제재, 수백억원의 과태료 부과 등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가 내려졌다. 하지만 두나무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한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하지만 본안소송이 있는 만큼 규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두나무는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고객 자산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환경 복원 프로젝트와 청년 지원 프로그램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증시 상장 여부도 관심사다. 이석우 대표는 "형식적 요건은 이미 갖췄지만,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상장 시기를 미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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