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이사회 보강에 나섰다. 자산운용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LP)와의 접점 확대와 투자 의사결정 전문성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8일 제43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강면욱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과 구성훈 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두 사외이사 모두 자산운용 전략과 대체투자 실무 경험을 갖춘 인사로 헤외 투자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이사회에 더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자산운용 기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이사회는 법률·회계·재무 분야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재 이사회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와 법무법인 평안 대표변호사를 역임한 허근녕 사외이사를 비롯해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한대우 사외이사, 중부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출신의 구승권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강면욱 사외이사는 DB그룹 금융종합조정본부장과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16년 국민연금 CIO에 선임됐다. 국민연금 재직 당시 그는 글로벌 투자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조직 개편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해외주식직접운용팀, 대체투자관리팀 등 글로벌 투자에 특화된 부서를 신설하고 리스크관리 조직을 세분화하는 등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투자 기반을 정비했다.
구성훈 사외이사는 2004년 삼성생명에 합류해 투자사업부 전무와 자산운용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올랐다. 구성훈 전 대표 역시 삼성자산운용에서 '해외'와 '대체투자'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글로벌 전략을 강화한 인물이다. 호주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와 손잡고 5000억원 규모 글로벌 인프라 사모펀드를 조성했으며 이외에도 터키 국립병원, 멕시코 발전소, 영국 태양광 프로젝트 등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며 해외 대체투자 실무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두 사람 모두 외국계 운용사 출신은 아니지만 글로벌 투자기관 및 선진 PEF 운용사들과 협업하며 투자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 거래 구조 설계, 운용사 협의, 투자 실행 전반에 참여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실무 기반의 글로벌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사무소를 두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 기회를 발굴해왔다. 2020년 싱가포르 플랫폼 업체 그랩에 약 2200억원,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신선식품 배송업체 해피프레시에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계기로 해외 펀드레이징과 글로벌 투자를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외 투자자 기반 확대뿐 아니라 외형 성장과 거래 규모의 확대 또한 자산운용 실무 경험자를 이사회에 포함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0개로 운용자산(AUM)은 7조6790억원에 달한다. 자회사인 스틱벤처스와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의 AUM은 각각 8020억원, 1조6862억원이다. 이들 3개사의 AUM 총합은 10조1672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인수가 2조원대로 거론되는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며 조 단위 거래를 본격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대형 하우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딜 소싱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와 협업해 온 인물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대형 딜에서 한층 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전략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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