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한국앤컴퍼니그룹, 화학적 결합 속도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온시스템을 품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전략은 물론 경영지원의 핵심 파트인 인사, 재무, 구매 책임자까지 교체하는 강도 높은 인사를 통해 '한국타이어 DNA' 심기에 몰두하고 있다. 신설한 지역별 비즈니스그룹 총괄 임원도 '한타맨'을 중용한 기색이 뚜렷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임직원 150여명은 지난달부터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를 나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테크노플렉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준공된 테크노플렉스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헤드쿼터(HQ)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한온시스템은 테크노플렉스 최상부층인 8층과 9층 일부를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주와 신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 54.77%를 확보한 데 이어 사옥 이전까지 매듭지으면서 사실상 물리적 결합을 완료한 셈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다음 스텝은 한온시스템과의 화학적 결합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이수일 한온시스템 신임 대표가 예고한 대로 고위직 임원 자리에 한국앤컴퍼니그룹 출신을 앉히며 '한국타이어DNA' 심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열린 한온시스템 임직원 환영 행사에서 이 대표는 "전략, 인사, 재무 등 모든 부문을 혁신하며 한온시스템이 도약하도록 힘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예고한 대로 한온시스템 요직은 한국앤컴퍼니그룹 출신들이 꿰찼다. 한국타이어 CEO를 지낸 이수일 대표를 포함한 12명의 수뇌부 가운데 8명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인사들로 채워졌다. 구체적으로 6명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전직이며, 2명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지역 비즈니스 그룹(Regional Business Group)을 보면 4명 중 3명이 한타맨으로 분류된다. 한온시스템은 한국앤컴퍼니그룹과 한 식구가 되면서 기존 집행임원제를 폐지하고 지역 비즈니스 그룹 체제를 도입했다. 주요 시장을 4개(아태‧미국‧유럽‧중국) 권역으로 나누고 영업, 제품기획, 생산, 품질관리 등 비즈니스 전반에 독자성을 부여했다. 이는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그룹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중책은 박정호 사장에게 부여됐다. 박 사장은 한국타이어에서 글로벌구매본부장, OE(신차용타이어)부문장, 마케팅총괄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이수일 대표와 함께 PMI(인수 후 통합)추진단 일원으로서 한온시스템 M&A에 일조했다. 과거 한온시스템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는 점도 아태 총괄자로 발탁된 배경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미주 마케팅담당 상무로 재직하던 중 2016년 한온시스템 글로벌 구매본부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2019년 한국타이어 아태중아부문장 전무로 복귀했다.
서정호 유럽 비즈니스그룹 총괄 부사장은 솔루스첨단소재 COO(최고운영책임자) 출신으로 한국앤컴퍼니 미래전략실에 몸담았고, 박정수 중국 비즈니스그룹 총괄 전무는 한국타이어 중국본부 전략기획담당을 맡았다. 4개 지역 총괄 중에서 한온시스템 출신은 미국을 담당하는 브라이언 트루도(Brian Trudeau) 부사장이 유일하다. 트루도 부사장은 미국 완성차 브랜드 포드 등에서 일하다 2016년 한온시스템에 합류한 뒤 글로벌세일즈 담당 등을 지냈다.
한온시스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글로벌HQ 역시 한국앤컴퍼니그룹 출신들의 포진이 두드러진다. 글로벌HQ에 소속된 7명의 임원 중에서 4명이 한국앤컴퍼니그룹에서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앤컴퍼니그룹 일색이나 다름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온시스템 인사들에게 할당된 나머지 3개 부문(R&D‧IT‧생산)은 인력 대체가 쉽지 않은 기술과 연구개발(R&D) 분야라는 점에서다.
실제 한온시스템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울리 스투헤츠(Uli Stuhec) 부사장이 한온시스템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또한 한온시스템에서 디지털 기술을 담당한 권순기 전무가 IT, 인프라, 보안을 책임지는 글로벌DT(디지털테크놀로지)를 맡는다. 글로벌 생산과 엔지니어링 부문은 한온시스템 컴프레서 PG 담당을 지낸 김용환 전무가 헤드 역할을 한다.
이를 제외한 전략, 인사, 구매, 재무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몫으로 돌아갔다. 한온시스템의 전략과 혁신을 총괄하는 최인태 전무는 한국타이어 호주법인장 등을 지냈다. 인사총괄자인 김종윤 전무도 한국타이어 HR(인사관리) 부문에서 근무했다. 구매 담당 임원인 선영춘 상무도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 구매기획팀 등에서 재직했다. 한온시스템 금고지기 역할을 할 CFO(최고재무책임자) 자리에는 한국앤컴퍼니 경영관리담당으로 일한 천성익 상무가 앉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광섭 전 한온시스템 CFO는 한국타이어 주도로 이뤄진 신주 발행 등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지만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주요 요직을 자사 출신들로 채운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과 화학적 결합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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