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홈플러스MBK, 익스프레스 매각 승부수…시장 반응은 '냉담'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재추진을 고심하고 있다. 회생절차 진행에 따른 채무 변제 방안이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회생 절차 여파로 기업 신뢰성과 사업 안정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로 인수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채무 변제를 위한 회생계획의 일환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사업 부문의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추진 여부는 법원의 인가와 채권단의 동의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채무 변제를 위해서는 자산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하며 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섰다. 거래 구조는 익스프레스 사업부를 홈플러스로부터 분할해 별도 법인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으며 사실상 매각 절차는 중단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약 31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70% 이상이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3년 기준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이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EBITDA 마진율은 8% 수준으로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 분야에서 비교적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장보기 수요 증가와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를 고려해 전체 점포의 약 80%에서 '즉시배송'을 운영 중이다. 일정 거리 이내의 고객에게 주문 상품을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PEF 운용사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인수 매력이 낮은 매물이라는 평가다. 국내 슈퍼마켓 시장이 이미 대형 유통기업 중심으로 굳어져 점유율 경쟁에서 확고한 1위 자리에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단기간 내 기대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을 인수해 단기간 내 최대한의 차익을 실현하는 FI들에게는 적합한 매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홈플러스 사태로 FI에게 투자기업 경영 방식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MBK가 그동안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단기 이익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 등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MBK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내외 기업을 비롯한 전략적투자자(SI)들을 중심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SI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협의를 진행했으며 올해 2월에는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SSM을 보유한 대기업이나 유통·물류업체의 경우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볼트온(Bolt-on)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온·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성장 침체로 SI 역시 공격적인 인수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 이마트 등 대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효율성을 고민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슈퍼마켓 점포를 추가로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시장 역시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도 현재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어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내부 안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오프라인 슈퍼마켓 사업은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MBK는 6월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무 변제 계획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해당 계획에 대한 채권자·담보권자·주주·기타 이해관계인의 동의와 법원의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채무 변제 절차에 들어간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여부 역시 채권자들의 동의에 따라 결정될 예정으로 회생계획안의 승인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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