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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장남' 황승종, 갈 길 먼 경영 승계
③초고속 승진·사내이사 선임 등 '2세 체제' 포석 깔았지만…입증 못한 경영능력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5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현 창원 본사. (제공=삼현)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모션 컨트롤 시스템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삼현이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돌입한 모습이다. 창업주인 황성호 대표의 장남 황승종 전무가 승진과 함께 이사회 합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황 전무의 승계 시계는 더디게 흐를 전망이다. 창업주가 아직 60대로 건재한 데다, 황 전무가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황 전무, 2017년부터 경영 수업…IPO 간담회서 후계자 지위 확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현은 이달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황 전무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을 다룰 예정이다.


1986년생의 황 전무는 서강대 석사를 취득한 이후 2017년 10월 삼현 경영지원팀 대리로 입사했다. 30대가 넘은 나이에 경영 수업을 시작한 만큼 황 전무는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이사로 첫 임원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상무, 올해 초 전무까지 매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황 전무가 후계자 입지를 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3월 실시한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다. 발표자로 나선 황 전무는 삼현의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유했다. 삼현이 모터와 제어기, 감속기를 통합한 독자적인 '3-in-1 통합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 고성장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황 전무는 "신규 사업을 확대해 2년 내(2025년) 매출을 2배로 성장시키고 양적·질적 퀀텀 리프(비약적 도약)를 실현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목할 대목은 황 전무가 대표나 사장 등 핵심 경영층이 아니었을 뿐 더러 그의 직책도 재무나 연구개발(R&D), 해외사업 등과 무관한 경영관리 임원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황 전무가 간담회를 무대 삼아 삼현 후계자로 공식석상에 데뷔했다고 분석했다.


◆ 황성호 대표, 막강한 실권 행사…황 전무, 시장 인정 못 받아


하지만 황 전무가 경영 전권을 쥐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친인 황 대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1958년생으로 올해 67세이다. 아직 은퇴를 고려 하기엔 젊은 나이라는 평가다. 그는 30세이던 1988년 경남 창원에 자동차 부품사인 삼현을 설립했다.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는 황 대표의 부인인 박기순 여사가 최대주주였다. 상장 이후 황 대표의 지분율은 16.72%로, 차남에 이은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황승종 삼현 전무 프로필. (그래픽=신규섭 기자)

삼현은 당분간 황 대표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주총에서 황 대표의 12번째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올랐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오너 2세로의 지분 승계 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 전무는 현재 동생과 부친에 이은 3대주주다.


황 전무가 시장의 인정을 받을 만한 경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황 전무가 삼현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산업 이해도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삼현 임원들은 대부분 ▲현대차 ▲LG전자 ▲지엠비코리아 ▲S&T그룹 등 자동차 부품업이나 미래 신사업과 연관된 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와 달리 황 전무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황 대표 일가 친인척으로 이번 주총에서 황 전무와 함께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김창곤 부사장의 경우 한국기계연구원과 지엠비코리아 등에서 근무했다는 점과 대조된다.


◆ 신사업 등 보직 이동 가능성…이사보수한도 상향, 승계 실탄 마련?


시장은 황 전무가 승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해외사업이나 신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삼현이 매출 다각화에 나서려면 방산과 로봇 관련 수주 확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발굴하고 판매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삼현은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선박, 전기농기계 신제품 개발도 추진 중인데, 황 전무가 해당 신사업의 안착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황 전무는 삼현 사내이사 선임을 기점으로 승계 재원 확보 작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 계산으로 황 전무가 부친이 보유한 삼현 주식 전량을 증여 받는다면, 세금으로 400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삼현은 올해 사내이사 2명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이사 보수한도 최고액을 종전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2.5배 상향했다. 사내·외 이사 7명이 최대 7억원 이상씩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사내이사 2명을 포함한 이사 총 5명이 7억3971만원, 인당 1억5000만원씩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의 인상이다. 


한편 삼현은 황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경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해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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