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의 사내이사 복귀가 목전에 다다른 가운데 네이버가 예고한 '레벨제' 도입을 두고 내부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으나 회사 측은 인사제도는 대표이사의 권한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다만 레벨제는 2020년 당시에도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어 잡음없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설명회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아 '2차 내홍'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5일 오후 3시 '레벨 기반 직원 평가체계' 도입을 위한 인사제도 설명회를 개최했다. 레벨제는 직원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평가해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레벨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성과보상 체계와 연동하는 인사제도를 말한다.
현재 네이버의 내부 직급은 '일반직원'과 '리더(임원급)' 2개로, 승진할 수 있는 직급 자체가 제한적이다. 그렇다보니 수평적인 조직 문화의 장점도 있지만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이 없어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가 낮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레벨제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는 2020년 레벨 3부터 7까지 5단계 레벨로 구성된 레벨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직원들이 스펙 쌓기 경쟁, 외부 인재 유치 걸림돌, 내부 기술 인력 이탈 심화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반발,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뒤 무산된 바 있다. 네이버 노조도 레벨제 도입보다 직원들의 교육제도 도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재차 레벨제 도입을 들고 나선 것은 직원들의 성과 창출을 끌어내 AI 패권 경쟁에서 키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 10조를 달성한 네이버는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소버린 AI 모델을 출시하는 등 굵직한 AI 성과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국내 시장 침투와, 중국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미래 성장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레벨제에 대한 내부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아직 정확한 가이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레벨제로 인한 수직문화가 강해지고, 이로 인한 조직 경직도가 높아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레벨제를 통해 직원들 사이의 경쟁이 강화되면 향후 경쟁에서 밀린 직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번에 도입되는 레벨제는 근속 연수에 상관 없이 레벨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직급이 아니기 때문에 내려갈 수 있고, 성과가 확실하면 단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근속 연수가 낮은 직원도 성과에 따라 높은 레벨이 될 수 있고 근속 연수가 많은 직원들도 성과가 없으면 레벨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임원들은 레벨 8~9를 부여받게 된다. 레벨에 따라 성과급이나 연봉도 차등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현재 네이버의 인력이 최근 5년 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합류한 인력으로 지난 2년간 2%대 퇴직률 유지 중이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솎아내기 위해 레벨제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내부 규정에 따라 공개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답변했다.
한편 이해진 GIO는 오는 26일 열리는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GIO가 레벨제 도입을 강행하면 직원들의 반발에도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AI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네이버 내부에서도 치열한 내부 경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원 입장에서 볼 때 빅스텝을 하기에 있어서 단계가 짧아지고 큰 규모 딜에 있어 많은 견해와 큰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기에 이러한 시점에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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