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진에어가 재무건전성 회복에 힘입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누적됐던 수천억원대 결손금을 털어내고 배당 재개에 시동을 건다. 배당을 시작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 티웨이·제주항공 이어 결손 해소 나서…배당 재개 청신호
5일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이달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감액 및 결손금 보전·이익잉여금 전입' 안건을 상정한다. 자본준비금은 주식발행초과금과 자기주식처분이익, 감자·합병차익 등으로 발생한 잉여금을 적립한 금액을 법정준비금을 가리킨다. 기업은 자본준비금을 결손금 보전 및 이익잉여금 전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진에어가 자본 조정을 토대로 결손 해소를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배당 재개를 위한 재무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세부적으로 진에어는 자본준비금 2961억원 중 1106억원을 결손금 보전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남은 자본준비금(1855억원)에서 894억원을 감액하고 이를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상법상 기업은 자본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할 수 있는데 진에어의 전입 가능 금액은 1072억원이다.
진에어가 배당 재개 작업에 착수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주주친화 움직임이 한층 강해지는 분위기다. 앞서 티웨이항공, 제주항공은 진에어와 같은 방식으로 배당 재원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원년으로 삼고 배당 재개도 예고한 상황이다.
진에어는 주당 300원(배당 총액 90억원)을 현금 지급한 2018 회계연도를 끝으로 배당을 중단해왔다. 2019년 영업손실(488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부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거듭한 탓이다.
적자가 불어나 한때 결손금이 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진에어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연도별 기준 진에어의 결손금은 2020년 1174억원에서 2021년 2408억원으로 1년 새 105% 급증한 뒤 2022년(3049억원)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국면을 맞은 2023년 들어서야 결손금은 1948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를 전환했다. 지난해 결손금은 1066억원으로 집계됐다.
◆ 업계서 보기 드문 순이익률 7% …"실적·투자 추이 고려해 주주환원책 검토"
진에어의 다음 경영 행보는 밸류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배당 확대를 비롯한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필두로 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경제·사회적 의제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LCC 업계에서는 이미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 2025~2027년 3개년도 주주환원 방안이 담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밸류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진에어가 재무 관리 고삐를 조여온 점은 밸류업을 견인할 동력으로 꼽힌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진에어의 순이익률은 7%를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제주항공(1%), 티웨이항공(-4%)을 월등히 압도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항공사들이 고환율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가중돼 저조한 순이익을 거뒀던 대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진에어 순이익 지표에는 비용 관리 전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진에어가 지출한 금융비용은 2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수익(216억원)이 73% 늘어 금융비용 증가분을 상쇄했다. 금융수익에는 주로 정기예금 이자수익 및 파생상품 관련 이익, 투자자산 처분 이익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진에어가 향후 통합 LCC 출범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된 만큼 밸류업 행보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이 완료되면서 양사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통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통합 LCC 출범 시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모·자회사 체제를 종료하고 단일 항공사로 출범하는 오는 2026년 말이 유력하다.
진에어 관계자는 "자본준비금 감액 및 이익잉여금 전입으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 향후 자사주 취득 및 이익배당 등의 재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향후 영업 실적과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와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 추진 방안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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