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화승코퍼레이션 실적을 견인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이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완성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매출 성장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단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외형 축소, 전방산업 부진 영향…원가절감·자산 매각 등 수익 강화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승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2579억원과 영업이익 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8%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1.4% 증가한 467억원으로 나타났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외형과 수익성이 반비례한 배경에는 전방산업 위축과 사업 수직계열화, 일회성요인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화승코퍼레이션은 완성차 산업 경기변동의 민감도가 크다. 전체 매출의 68.7%를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 창출하고 있어서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주요 부품은 누수방지용고무(실링)와 각종 호스 등이다. 실링은 차체 및 도어에 먼지와 물, 외풍, 소리 등의 실내 유입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호스는 오일과 냉각수, 에어컨 냉매 등 액체류가 순환하는 공간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은 해당 부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독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부품사 특성 상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수록 매출이 역성장하는 구조인데 더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정체) 현상이 장기화된 점은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화승코퍼레이션 자동차 부품 사업 매출의 54%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보다 1% 가량 감소한 723만여대를 판매했다.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그룹 역시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이 무려 12% 넘게 빠졌다는 점은 외형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승코퍼레이션이 외형과 달리 내실을 견고하게 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선제적인 사업구조 효율화가 주효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2020년은 산업용 고무 제조사인 화승엑스윌을 소규모 합병했고, 2022년에는 화승티엔드씨아이를 흡수했다. 2023년에는 화승소재와 합쳤다. 합성고무 등 원자재는 100% 자회사인 화승네트웍스에서 조달하며 화승소재가 해당 고무를 1차 가공한다. 이를 다시 화승코퍼레이션과 자회사인 화승알앤에이, 손자회사인 화승티앤드씨가 상품으로 만든다.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까지 누린 것이다.
순이익은 부가 수익이 한몫했다. 화승인더스트리 지분 3.65%를 매각해 80억원의 영업외수익을 거뒀고 아산공장과 중국 법인 토지 등 유휴자산을 처분하며 240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했다.
◆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 54%…트럼프發 전천후 리스크 유탄 우려
화승코퍼레이션 향방은 완성차 업체, 특히 현대차그룹의 실적 변동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파악된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완성차 총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데 그친 8587만대로 예상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돼 성장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전년 대비 2.1% 늘어난 738만6200대를 제시했다. 예상 매출은 현대차가 80조4881억~182조2404억원, 기아는 112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초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10%의 관세를 물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25% 이상의 고율관세를 언급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재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로 현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공장의 최대 케파는 연산 50만대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완성차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전사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시장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의 24%를 소화하는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총 170만8293대를 판매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 기간 약 226만대를 수출했는데, 해당 물량의 45% 수준인 102만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고관세 정책을 강행할 경우 신차값 인상에 따른 부담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결과적으로 완성차 판매가 위축된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가 미국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세금 규모가 커지는 만큼 회사로 돌아가는 이익 역시 쪼그라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섭력이 약한 화승코퍼레이션의 수익성이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이 영업이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부품사와 단가 재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존재해서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2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최대 19%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화승코퍼레이션의 주력 사업인 자동차 부품 부문은 올해 경기 침체와 북미 수주 물량의 양산 시점 지연 등으로 매출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거래처의 단가 인하 압박과 해외 계열사향 물량 증가에 따른 물류비 변동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자동차 부품 부문을 제외한 화승코퍼레이션의 사업부문 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재 부문 15.3% ▲종합무역 부문 10.5% ▲산업용품 5.5% 순으로 집계됐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