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남은건 신용등급 '점프업'
현대로템이 지난해 연간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재무통' 이용배 대표이사 사장 체제 하에 현대로템을 재무위기에 빠트렸던 레일솔루션(철도)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인고의 시간을 거친 끝에 맺은 결실이다. 레일솔루션 부문이 숨고르기에 돌입한 사이 디펜스솔루션(방산)은 현대로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효자'로 거듭난 분위기다. 디펜스솔루션 사업에 힘입어 외연 확장에 성공한 현대로템에는 이제 모태사업이기도 한 레일솔루션 사업을 다시금 성장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까다로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현대로템이 이 같은 난제를 풀고 우량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로템이 '재무 우등생'으로 도약한 자신감을 지렛대 삼아 신용등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한 지붕 아래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모빌리티 계열사들이 일제히 AA급 우량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자극제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5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긍정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A등급은 기업의 신용상태와 채무 상환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될 때 주어진다. 한국기업평가 신용등급은 만료된 상태다.
현대로템 신용등급은 최근 들어 뚜렷한 개선세를 띠고 있다. 앞서 한기평과 나신평은 2022년 5월 현대로템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뒤 이듬해 A/안정적으로 재차 등급을 높였다. 한신평의 경우 같은해 현대로템에 2년 만에 A/안정적으로 신규 등급을 부여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됐다.
현대로템은 2020년만 해도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레일솔루션(철도) 부문에서만 직전해 영업손실 2595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휘청인 탓이다. 레일솔루션 부문 적자에는 프로젝트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및 저가수주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에 해당하지만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A등급 달성은 현대로템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2019년 363%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3%로 5년 새 200%포인트(p) 축소됐다. 특히 같은 기간 자본총계가 8829억원에서 2조90억원으로 128% 급증해 부채비율 감축에 기여했다. 현대로템이 결손금을 털어내고 이익잉여금을 축적한 노력이 주요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이다. 자본총계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현대로템이 A+등급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두고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나신평은 현대로템 등급 변경 검토 주요 요인으로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 6%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로템의 EBIT/매출액은 11%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로템을 제외한 그룹 모빌리티 관련 계열사들이 일제히 '더블 A' 이상을 달성하면서 현대로템의 등급 상승 의지를 키우는 분위기다. 우선 그룹 맏형인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 수준의 트리플 A(AAA등급)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 도 현대차·기아의 뒤를 이으며 AA급 등급을 확보 중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현대로템 사업부문별 수주 실적 및 수주의 질은 물론 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환경 대응력을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보고 있다"며 "또 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 부담 확대 여부 등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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