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방산은 승승장구, 힘 빠지는 철도
현대로템이 지난해 연간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재무통' 이용배 대표이사 사장 체제 하에 현대로템을 재무위기에 빠트렸던 레일솔루션(철도)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인고의 시간을 거친 끝에 맺은 결실이다. 레일솔루션 부문이 숨고르기에 돌입한 사이 디펜스솔루션(방산)은 현대로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효자'로 거듭난 분위기다. 디펜스솔루션 사업에 힘입어 외연 확장에 성공한 현대로템에는 이제 모태사업이기도 한 레일솔루션 사업을 다시금 성장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까다로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현대로템이 이 같은 난제를 풀고 우량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로템 사업의 무게 중심이 레일솔루션(철도)에서 디펜스솔루션(방산)으로 기울고 있다. 저가 수주에 발목 잡혔던 레일솔루션 부문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동안 디펜스솔루션 부문은 사업 호재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결과다.
현대로템 입장에서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성장세가 반갑지만 기업 모태사업으로 상징성이 큰 레일솔루션의 부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 사업 정체기 놓인 레일솔루션…디펜스솔루션은 매출·직원수 가파른 성장세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1조4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크게 전동차·고속전철·객차 등 철도차량과 수소 모빌리티 공급 및 철도시스템(E&M) 턴키, 차량 유지보수 등을 사업분야로 영위한다.
레일솔루션 부문 매출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1조305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1조778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1조원 중반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레일솔루션 부문이 시들해진 탓에 현대로템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력도 축소됐다. 지난해 레일솔루션 부문이 현대로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집계됐다. 매출 비중이 53%에 달했던 5년 전과 대조적인 결과다. 현대로템 사업구조는 크게 ▲레일솔루션 ▲디펜스솔루션 ▲에코플랜트(친환경)로 나뉜다.
레일솔루션 부문이 부진한 사이 디펜스솔루션은 성장 저력을 입증했다. 디펜스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현대로템 전체 매출의 54%를 견인했다. 연간 기준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은 2조3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뛰었다.
레일솔루션과 디펜스솔루션의 엇갈린 흐름은 각 부문별 직원수 변화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가장 최근에 공시된 지난해 6월 말 기준 디펜스솔루션 부문 직원수(기간제 포함)는 1435명으로 5년 전(885명) 보다 62% 늘었다. 같은 기간 레일솔루션 부문 직원수는 1805명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디펜스솔루션 부문 외연 확장은 폴란드 'K2' 전차 수출 프로젝트가 견인하고 있다. 앞서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1000대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1차 실행 계약 규모는 총 180대로 연내 인도가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는 현대로템과 폴란드 당국 간 2차 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 레일솔루션 저가 수주 리스크 해소 '집중'…수주잔고 확대 '청신호'
레일솔루션 부문은 2020년 이용배 대표이사 사장 취임과 동시에 '체질 개선'을 1순위 과제로 추진해왔다. 2019년만 해도 레일솔루션 부문은 저가 수주 여파로 영업손실(2595억원)을 내는 등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이후 현대로템은 이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며 반등에 힘 써왔다.
과거 저가 수주 충격파는 최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4분기 영업이익 지표에 2007년~2020년 레일솔루션 부문 해외 수주건과 관련한 리스크 비용(충당금) 1400억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비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로템에 레일솔루션은 기업의 '뼈대'나 다름없는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로 평가 받는다. 현대로템은 1999년 정부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철도차량 사업부문이 통합 출범하면서 설립됐다. 사실상 철도 부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수주 볼륨을 키우며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2024년 레일솔루션 부문 수주잔고는 14조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같은 해 2월 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통국에서 발주한 8688억원 규모의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 잔고를 일정하게 가져갈 수 없는데다 2~3년 전 입찰이 많이 없었다 보니 당시 수주 공백으로 근래 들어 레일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떨어진 부분"이라며 "레일솔루션 실적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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