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휴머노이드, 빅테크와 맞손 잡아야
로봇사업 진출, 하드웨어 강점에 소프트웨어 경쟁력 보완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휴머노이드 '휴보' 이미지. (출처=레인보우로보틱스)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식물 뿌리가 얽힌 미끄러운 흙 경사로를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오르내린다. 미끄러질 뻔하다가도 이내 균형을 잡는다. 놀라운 점은 이 로봇이 카메라가 없는 '눈 먼 로봇'이라는 것이다. 내부에 탑재된 신경망 덕분에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균형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공개한 옵티머스 시연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옵티머스는 신경망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신경망을 이용해 관절을 제어한다. 이번 영상은 카메라 없이도 동작을 원활히 수행할 정도로 제어 기술이 한층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는 옵티머스가 10조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잠재력을 지닌다고 자신한다. 마냥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닌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건스탠리가 잠재 시장 규모를 8경원으로 추산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잠재력에 삼성전자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을 매각한 뒤 약 10년 만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터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전자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빠르다고 볼 수 없다"며 "경쟁사와 비교하면 이제 시작 단계"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늦어도 올 1분기 안에는 시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스펙이나 세부 사항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음에도, 해당 사업을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장밋빛 낙관만 있는 건 아니다. 로봇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하드웨어는 완성도가 상당히 높으나, 소프트웨어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장점인 하드웨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상황이다. 이제는 자본과 인력만 있으면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유사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 업체들조차 옵티머스와의 기술 격차는 줄이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우위를 점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속속 개발해내는 상황이다.


실제로 차별화가 필요한 영역은 동작 제어 기술 등 AI 소프트웨어인데, 삼성전자는 이 부분에서 아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비해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로봇 '봇핏 프로'도 이용자 체형에 맞게 동작을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져 기업간거래(B2B) 시범 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혼자서는 버거운 문제인 만큼,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인식하고,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이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어 관련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경영권 인수 결단을 내리며 협력 강도를 한층 더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력만으로는 사실상 약점을 보완하기 어렵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AI 소프트웨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서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하드웨어 강점을 강화할 '도약대'로 삼는 한편, 소프트웨어 기술 진전을 이끌 '플러스 알파'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알파벳·메타·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기업은 로봇의 '브레인(Brain)'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고, 이미 관련 시장에 진입해 있어 현실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AI 컴퓨터를 개발 중이며, 메타는 휴머노이드 기술개발 팀을 꾸려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 삼성전자가 '퀀텀점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영상이 대중을 놀라게 할 그 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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