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수요 반영한 커버드콜 전략 더한 단일 종목 ETF 인기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미국에서 단일 종목 ETF가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흥행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단일 종목 ETF란 테슬라, 엔비디아, 코인베이스 등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소액으로 고가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강점과 상품 구조에 따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일 종목 ETF는 개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 ETF가 유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유형의 상품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건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를 할 수 있어서인데, 국내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는 안정성을 더욱 높인 상품이나 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른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미국에서는 이미 대세
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단일 종목 ETF가 시장에 출시돼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단일 종목 ETF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인기를 끈 유형의 거래였다"고 보도했다. 랠리에 힘입어 단일 종목 ETF가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자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쏠린 것이다.
단일 종목 ETF가 미국 증권시장에 최초 상장된 건 2022년이다. AXS 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8개의 단일 종목 ETF를 상장했고, 뒤이어 그래닛셰어스도 주요 기업을 추적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더욱 다양한 단일 종목 ETF가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93개의 단일 종목 ETF가 출시됐으며, 총운용 자산 규모는 260억 달러에 달한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건 엔비디아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9개 ETF의 총운용 자산은 90억 달러다. 단일 종목 ETF 시장의 35%에 달한다. 그중에서 그래닛셰어스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의 총운용 자산 규모는 59억 달러 이상이다. 한화로 8조 6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이 단일 종목 ETF에 몰린 셈이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미국 단일 종목 ETF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건 레버리지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과 차입을 통해 추적 지수의 변동 폭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 즉,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은 시장 상승 국면에서 특히 인기를 얻는다.
윌 린드 그래닛셰어스 최고경영자(CEO)는 "단일 종목 ETF, 특히 레버리지 ETF는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일부 기술주가 엄청난 랠리를 펼치자, 고성장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 세계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지개 켜는 국내 단일 종목 ETF
단일 종목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최초 상장 시기는 2022년 11월로, 4개 자산운용사가 각각 다른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전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테슬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엔비디아, 한화자산운용은 애플을 선택했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건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이다. 이 상품은 이름처럼 테슬라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웠다. 따라서 단일 종목에 투자하면서도 안정성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이 상장한 단일 종목 ETF 역시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
단일 종목 ETF가 호응을 얻자 더욱 새로운 상품도 출시됐다. 커버드콜 전략을 적용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Kodex 테슬라커버드콜채권혼합액티브가 있다. 이 ETF의 포트폴리오는 테슬라 주식과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TSLY), 그리고 국고채 위주의 채권으로 채워져 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TSLY를 통해 창출한 현금흐름을 원 분배금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는 점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단일 종목에 투자하면서 커버드콜 전략도 활용하는 상품을 내놨다. TIGER 엔비디아미국채커버드콜밸런스(합성)이다. 이 상품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에 투자하면서 월 분배금도 주지만, 포트폴리오 구성은 조금 다르다.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커버드콜 전략은 엔비디아가 아니라 미국 30년 국채에 적용한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에 최대한 참여하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 국내에서는 자산배분형 ETF만 가능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단일 종목 ETF는 대부분 레버리지 상품이다. 그러나 국내의 사정은 다르다. 애초에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배제하고, 대신 다양한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채권 비율을 맞추고 옵션을 활용해 다른 장점을 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ETF 상장 규정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을 합쳐서 10개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단일 종목의 비율 상한은 30%다. 즉, 단일 종목 ETF라 해도 해당 주식에만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내에는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단일 종목 ETF는 안정형 자산배분 상품에 속한다. 따라서 투자 한도가 존재하는 계좌에서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 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투자 상품은 전체 납입액의 70%까지만 채울 수 있고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70%를 채권으로 채운 단일 종목 ETF는 100%까지 투자 가능한 셈이다.
◆ 단일 종목 ETF 시장의 미래는?
업계에서는 단일 종목 ETF의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인기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당 상품에 대한 수요도 강하다. 따라서 비록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은 출시할 수 없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는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동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팀 팀장은 딜사이트에 "집중 투자에 대한 투자자 선호는 국내 시장에서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성장하는 개별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ETF는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며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TIGER 엔비디아미국채커버드콜밸런스(합성)은 개인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기준 지난 5거래일간 이 상품이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71억 9000만 원에 달한다.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의미다.
오동준 팀장은 향후 단일 종목 ETF 출시 계획에 대해 "글로벌 시장 상황과 투자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혁신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자 요구에 부합하고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유사한 형태의 전략 상품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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