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근 통신업계 동향을 보면 인공지능(AI)으로 돈 버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새삼 느낀다. 어느 AI 서비스는 출시 직후 반짝 떠오르다가 새 서비스 등장과 함께 힘이 빠지면서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지기도 한다. 언뜻 보면 메타버스 초창기 관련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출시됐다가 탄력을 잃으면서 줄줄이 퇴장했던 점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AI를 일시적 바람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메타버스가 기술·생활 측면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반면 AI는 생활 다방면에서 여러 편의기능을 제공하며 일상과 삶의 방식을 크게 바꿔놨기 때문이다. 이는 통신 3사가 텔코 특화 데이터를 앞세워 '돈 버는 AI'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일 터다.
문제는 AI 수익화 시점에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탈(脫)통신' 투자를 위해 여전히 실적을 견인하는 통신사업 비중을 덜어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물론 5G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가입자 수가 둔화되고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미래 수익성 측면에선 당연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신부문이 AI 산업과 연계된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시장에선 5G 통신을 이미 대세가 지나간 '과거형 기술'이 아닌 AI 사업 및 차세대 통신을 대비하는 '진행형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인당 무선통신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018년 6GB에서 지난해 12월 18GB로 3배나 늘었다. AI 관련 데이터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기존 5G 이동통신 대역 만으로 통신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속속 제기된다.
아울러 학계에선 6G 전환을 위해 5G 28GHz가 필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통신업계는 오히려 28GHz 주파수를 수익·기술성 미흡 문제로 반납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28GHz 기지국 및 관련 스마트폰 투자에 집중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대를 역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서 통신 3사의 자본적투자(CAPEX) 규모는 5G 상용화를 이뤄낸 2019년 9조6000억원대에서 ▲2020년 8조2700억원 ▲2021년 8조2000억원 ▲2022년 8조1400억원 ▲2023년 7조6000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AI 사업 전환에 사활을 건 통신3사가 수조원대의 투자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 점은 십분 공감한다. 패스트 팔로워로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투자가 불가피할 터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투자만이 능사는 아니다. 탈통신의 진정한 의미는 통신업을 포기하는 게 아닌 시대적 기술·사업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단계적인 AI 사업 성장과 성공적인 6G 도입을 위해서라도 통신 투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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