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손현호 SK디스커버리 사장이 SK디스커버리에 새로 부임하면서 어떤 SK수펙스의 DNA를 심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손 사장이 우선적으로 재무지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수입원이 자회사 배당금 이외는 전무한 가운데 올해 유동성 사채 등의 증가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주요 자회사들의 사업이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게 주요 과제란 시각도 나온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5일 손현호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을 SK디스커버리의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69년생인 손현호 사장은 1994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후 SK 재무실장 등 재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20년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으로 선임된 후에는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과 사업 고도화를 이끌어 왔다.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겸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지분율 40.72%로 최대주주다. 최창원 부회장의 아들인 민근 씨가 SK디스커버리 지분 2.58%를 보유하고 있다. 민근 씨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 부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승계받으며 SK디스커버리의 최대 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에서 손 사장을 SK디스커버리로 보내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라는 특명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배당 외 수익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차입금이 늘어나며 금융비용 부담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SK디스커버리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지주회사로 주요 수익원은 자회사로부터 나오는 배당금에 한정돼 있다. 주요 자회사로는 SK케미칼,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이 있다.
SK디스커버리의 3년(2021년~2023년) 간 개별기준 영업수익을 살펴보면 ▲353억원 ▲732억원 ▲2023년 666억원이다. 2023년 IT서비스로 400만원의 수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전부 배당금이다. 올해 3분기까지도 역시 621억원의 배당금만으로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동성 사채 등 차입금이 늘어났다. 이는 배당금 외 수익원이 전무한 SK디스커버리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 SK디스커버리의 올 3분기 총차입금은 6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동성 사채가 1858억원으로 432.6%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 기간 이자 비용도 257억원으로 15.9%나 증가했다. SK디스커버리가 순수지주회사라 수익을 자회사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손현호 사장이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한 회사의 재무 정책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손현호 사장이 올해 자회사들의 사업 전략 고도화에도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가스 등 내년 본격적으로 신사업이 시작되는 자회사가 있는 가운데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자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SK가스는 울산 GPS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상업 가동을 올해 말 개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일의 CDMO기업 'IDT 바이오로지카'를 3564억원에 인수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다. SK플라즈마는 2021년 1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당시 2026년까지 IPO(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업을 이에 맞춰 끌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손현호 사장은 그룹 내에서 파이낸셜 마켓과 사업 전략 모두에 정통한 핵심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올해 SK그룹 차원에서 추진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경영개선 등 주요 과제의 관계사 안착을 지원하여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손 사장이 SK디스커버리 자회사 사업의 고도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책임자로 낙점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 등 재무지표는 통상적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근간으로 성장 및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자회사의 사업계획 달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현호 사장의 전략·재무 분야 전문성과 그룹 내 다양한 사업의 전략을 수립, 실행한 경험은 그린소재,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 자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 안전성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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