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보미건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지급보증을 등에 업고 창립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보미건설은 신용 등급이 없어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캠코의 신용 공여를 지원받았다. 은행 대출은 물론 무보증 회사채보다 이자율이 낮은 캠코 지급보증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보미건설이 발행한 공모 회사채(136억원)를 지난 5일 인수했다. 보미건설은 지난달 말 ▲공모 136억원 ▲사모 34억원 총 17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만기기간은 3년 후인 2027년 11월 26일이다. 삼성증권은 일반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에 회사채를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시 성북구에 소재한 보미건설은 1992년에 설립 됐으며 2024년 시공능력평가 99위에 오른 중견 건설사다. 자체 주택 브랜드로는 '보미리즌빌'을 가지고 있다. 주력 사업분야는 업무·상업 시설 등이다. 현재는 개포동 업무시설 신축공사, 당산동 임대주택 신축공사, 가평 물류센터 등을 짓고 있다.
그간 건실한 중견 건설사로 평가받던 보미건설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며 은행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지난해에는 노원역 및 삼성동 오피스텔, 남양주 물류센터 사업장에서 공사 원가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며 영업이익이 전년(20억원) 대비 60% 급감한 8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저하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은행 차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왔다. 지난해 농협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3곳의 은행으로부터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수차례 대출받았다. 지난해 은행 차입금만 344억원에 달했다. 다만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서 은행 차입금 이자율은 전년에 비해 최대 1%포인트(p)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보미건설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 18억원을 썼다.
문제는 만기도래를 앞둔 기존 차입금이었다. 보미건설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기준 1111억원이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698억원으로 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보미건설은 기존 차임금 상환 및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용등급이 없었던 보미건설은 캠코의 도움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캠코는 담보부사채 신용공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담보부사채 발행 신용공여(지급보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회사채 원리금의 최대 80%까지 상환을 보장한다.
보미건설은 담보로 설정할 수 있는 우량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원 자격을 충족했다. 또 당장은 수익성 및 현금흐름이 저하됐지만 ▲과거부터 꾸준히 순이익을 내고 있었다는 점 ▲현재 수주잔고도 양호해 향후 이익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보미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AAA)은 캠코의 신용등급이 적용된 것이다. 보미건설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이자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캠코의 높은 신용등급 덕분에 이자율은 3.46%으로 정해졌다. 현재 보미건설의 은행 차입금 이자율은 최저 4% 중반에서 최고 6%대로 최대 3%p 절감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보미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인데다 차입금으로 인한 금융 부담이 커져 회사채를 발행했다"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일부는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원자재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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