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 측(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대주주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정해지며 양쪽 모두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도가 짜여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분쟁 과정에서 고소와 고발이 잇따르며 이에 대한 잡음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회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기존 최대 10→11명) ▲신동국(기타비상무이사) 및 임주현(사내이사) 이사 선임 ▲자본준비금 감액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임시 주총 결과 이사회를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다만 대주주연합이 함께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며 신동국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했다.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은 출석 의결권(5734만864주) 중 95.13%의 동의를 받으며 안건이 의결됐다.
당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전망대로 이사회 확대 정관 변경안은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하지만 이날 정관 변경에 동의한 주식은 출석 의결권의 57.89%인 3320만3317주에 머물렀다.
3분기 말 기준 가현문화재단(지분율 5.02%) 및 임성기재단(3.07%) 등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대주주연합의 지분율은 48.13%이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 형제 측의 특관인 포함 지분율이 29.07%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6.04%)의 중립 입장 표명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나뉘며 특별결의사항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23.25%다.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의 이사 선임 의결로 이사회 균형이 5대 5로 맞춰진 점도 눈에 띈다. 그간 형제 측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며 한미사이언스 경영을 주도했지만 신 회장의 합류로 이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는 시장의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와 기술도입(라이선스 인)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사이언스 중장기 발전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주주연합의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해 파이프라인 확대 및 연구개발(R&D) 고도화 위주를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변화 역시 향후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종훈 대표가 상속세 문제로 매각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주 중 일부를 대주주연합의 백기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라데팡스)가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라데팡스는 앞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가현문화재단에게 매수한 물량을 더해 5%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추후 경영권 분쟁 및 회사 경영에 있어 라데팡스가 적잖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대주주연합과 라데팡스는 지분 변화가 반영된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표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형제 측도 이를 가만히 두고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임종훈 대표는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조금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많은 분들도 회사를 위한 결정으로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본다. 한미약품 임시주총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도는 동수가 됐지만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반대 의견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주주연합과 형제 측의 고소·고발에 의한 법정싸움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 측은 대주주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 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한 업체 대표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주주연합이 영향력을 가진 한미약품은 임종훈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으며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그 외에 한미약품 오너일가 간에 자금 거래나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이견 등도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양측 모두 상대를 확실히 밀어낼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매년 정기주총 등에서 반목이 예상된다"며 "여러 건의 송사까지 더해지며 기업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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