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KT가 전화통화 녹음 등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AI) 통화비서' 출시를 검토한다. 이미 SK텔레콤이 AI 비서 '에이닷'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LG유플러스도 다음 달 이와 유사한 '익시오' 출시를 예고한 상황에서 더이상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AI 기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신규 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SK텔레콤의 AI 통화비서인 에이닷과 유사한 모습을 갖출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은 에이닷으로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요약 등 AI 기반 다양한 기능을 제공 중이다. 애플의 최신 제품에도 통화녹음 기능이 추가되지만 상대에게 녹음 사실이 고지되는 탓에 업계는 아이폰 이용자가 별도 안내 멘트 없이 녹음이 가능한 통신사 서비스를 더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내달 초 아이폰 사용자를 겨냥한 AI 비서 익시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익시오는 통화 녹음·요약 외에도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등의 기능을 탑재해 에이닷과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에 KT 역시 관련 서비스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닷이 통화 녹음 및 요약뿐 아니라 통역콜과 일상 관리 등 다양한 편의 기능으로 국내 AI 비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가세로 통신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해당 시장에 KT도 더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 뒤늦게라도 참전할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KT는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형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T가 앞으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경쟁사와 비슷한 AI 비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KT는 AI 통화 서비스 분야에서 B2C보다 기업간거래(B2B) 영역에 주력해왔다. 보통 B2B는 B2C와 비교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고객사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를 요구하는 B2B 시장에서 KT는 자체 기술력 기반 경쟁력 확보에 매진했다. 지난해 10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믿음'을 공개, B2B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인 B2B 서비스로는 'KT AI 통화비서'가 있다. 바쁜 소상공인을 대신해 고객의 전화문의 등을 대신 처리·대응해준다. 교권 보호를 위한 '랑톡'도 있다. 이는 교사가 개인 번호 노출 없이 학부모·학생과 소통하고, AI 통화 리포트로 통화 내용 분석 및 민원 대응이 가능한 서비스다.
이들 B2B 서비스는 모두 유료화한 수익 구조를 갖췄다. AI 통화비서의 월 요금은 5500~2만2000원, 랑톡은 월 3080~6380원(AI 통화리포트 이용 시 최대 월 8만8000원)이다. 이처럼 KT는 현재 AI 수익화를 주로 B2B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T가 AI B2C 서비스 시장을 손 놓고 있기에는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이 크기에 경쟁사 상황을 보고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AI 비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시장에 충분히 성숙되기를 기다린 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사들이 통화녹음 등 기능을 갖춘 AI 비서를 속속 선보이는 것과 관련해 KT 관계자는 "관련한 서비스 개발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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