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회장(75)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그룹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장 관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유력한 승계자이자 최 회장의 아들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46)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승계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선 실적 개선을 통해 지분 가치 및 보수·배당을 한층 늘려야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인 하나마이크론(지분 16.62%)을 통해 하나머티리얼즈 1대 주주(지분 32.50%)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의 아들인 최한수 부사장은 하나머티리얼즈의 지분 11.63%를 보유하며 도쿄일렉트론(13.78%)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 있다. 최 부사장은 최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가장 유력한 그룹 승계자로 꼽힌다.
최근 최 회장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최 부사장의 승계자금 확보 움직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하나마이크론 지분의 승계자금은 21일 종가(1만4420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625억원에 달한다. 반면 최한수 부사장은 지난해 하나머티리얼즈에서 받은 결산배당(4억6000만원)과 보수(2억6700만원)를 모두 합쳐도 급여 총액이 10억원을 크게 밑돈다. 상속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반도체·주식시장 불안정성에 따라 헐값 매각이나 경영권 분쟁 등 외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하나머티리얼즈 기업 가치를 한층 키우고 최 부사장의 보수·배당 등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강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성능·수율을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소재 일렉트로드 및 링을 주로 제조·판매하는 부품 제공 업체다. 최근에는 반도체 다운턴 여파로 시장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에도 매출(613억원)과 영업이익(96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28% 감소했다. 고객사들이 낸드 전환 투자를 마무리 하는 내년 초 들어서야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는 "D램 부문 가동률이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낸드는 전방산업인 IT 수요가 계속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면서 개선 폭과 속도가 저조한 상황"이라며 "고객사들의 투자 사이클이 들어 맞는 내년에 들어서야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경영 일선에 뛰어든 최한수 부사장으로선 하나머트리얼즈가 역량을 입증할 시험대이자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하나머트리얼즈의 지분 가치를 높여 향후 아버지인 최 회장의 하나마이크론 지분을 사들이는데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앞서 하나마이크론에서 추진했던 신사업 성과가 미미했던 만큼 하나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하나마이크론 측에 수차례 관련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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