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펄스 감자, 진짜 이유는…SKC 현금 확충
SKC, 1592억 확보 예정…매각 지연, 차입 환경 악화 속 묘수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7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SK엔펄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엔펄스의 갑작스런 유상감자는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SKC의 현금 확충을 위한 결정이란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SKC의 경우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의 자산 매각이 지연되며 현금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긴 데다, 신용도 하방 압력과 금리 상승으로 차입 여건 역시 더욱 녹록지 않아진 상황이다. 이에 자회사에 대한 투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SK엔펄스는 지난 26일 유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 비율은 보통주 28.3%, 감자 금액은 1650억여원(주당 3401원)이며 감자 후 주식 수는 약 1억7615만주에서 1억2763만주로 줄어들 예정이다.


SK엔펄스 관계자는 "적정 자산 규모를 유지하는 한편, 최대 주주인 SKC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해 재무 건전성을 높여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선 SKC의 현금 확보 목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통상 유상감자는 자본잠식을 피하거나 지배주주의 투자금 회수가 목적인데, SK엔펄스 경우 자본잠식 위험이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K엔펄스의 지분 96.5%를 보유한 SKC로선 이번 감자를 통해 약 1592억원을 획득할 수 있다. 


SKC는 최근 지분 투자도 큰 폭 축소하기로 한 상황이다. 올해 말까지 미국 스마트 윈도 제조사 할리오의 전환사채(CB)를 총 867억원어치 취득할 방침이었지만, 지난해 집행한 329억원에 투자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스마트 윈도란 유리의 햇빛 투과율을 조절해 건물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이다. SKC는 지난해 9월 투자를 결정할 때만 해도 할리오에 최대 7000만달러(약 967억원)를 투자해 생분해 소재와 함께 친환경 사업의 양대 축으로 키운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할리오가 사업 성과 등 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잔여 CB 취득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할리오는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내며 2022년 기준 -4456원의 자본을 기록한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SKC는 올 1분기 할리오 지분법 손실로 32억원을 인식했다.


SKC의 이런 행보는 외부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자 투자금 회수 또는 축소를 통해 현금을 충당하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최근 신평사들이 SKC 신용 등급(장기 A+, 단기 A2+)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줄줄이 하향하며 경고등을 켰다. '부정적' 전망은 향후 수개월 내 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단 의미다.


SKC 경우 화학과 배터리 소재의 동반 침체로 실적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신용등급 개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는 평이다. 이익 체력을 보여 주는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만 봐도 지난해 마이너스(-) 437억원으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322억원으로 적자 국면이다. 또 SKC는 회사채보다 기업어음(CP) 시장을 주된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데, 지난해부터 금리 상승에 부담이 높아졌다. 지난해 이자비용(1544억원)만 봐도 전년 대비 46.8%(492억원) 증가했다.


실제 SKC는 최근 2년간 매년 CP로만 4000억원 이상을 조달해 온 CP 시장의 큰 손으로, 상반기에 70% 수준인 2800억원어치를 찍어내는 등의 규칙성도 보여 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지난 2월 1개월물로 500억원, 5월 3개월물로 3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발행한 데 그쳤다. 2022년 하반기에는 1350억원, 2023년 하반기에 1200억원을 발행했던 등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보이나 이 같은 결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조업종의 CP 발행 금리(1개월~3개월물)가 2022년 평균 3.3~3.5%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 중후반대(1개월물 4.55%, 3개월물 4.75%)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29일까지 평균) 1개월물 4.53%, 3개월물 4.48% 등으로 견조한 수준을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SKC는 보유 현금이 지난해 말 531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9039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어쨌든 현금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SKC는 자본적지출(CAPEX)을 크게 늘려 온 2022년부터 매년 3월 말쯤에는 보유 현금을 9000억원대로 만들어 왔다. 아울러 8000억원의 CAPEX는 여전히 평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KC의 연간 CAPEX는 2020년 3231억원, 2021년 3469억원 등 3000억원대였다가 2022년 7654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23년 1조49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CAPEX만 해도 2843억원으로 웬만한 평년(2020년) 지출 규모에 육박한다.


이런 와중 채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SKC는 지난 3월 말 기준 1년 내 발발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을 이자 포함 1조8373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2조4964억원)은 EBITDA(-322억원)의 -19.4배로 계산됐다. 


일각에서는 SK엔펄스의 유상감자는 총 878억원 규모 중국 사업 매각이 연기된 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SK엔펄스의 중국 자산유동화를 위한 2개 법인 양도는 당초 지난 5월로 예정됐지만, 최근 9월로 미뤄졌다. SK엔펄스는 지난 2월 파인 세라믹 사업부를 3301억원에 처분했음에도 채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가 2674억원이며, 이 중 90.4%(2418억원)이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 부채로 집계된다. 이러한 가운데 회사는 2022년부터 연간 92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다가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3억원을 기록한 등, 이익 체력이 저하된 상태다.


한편 SKC는 ▲2차 전지 소재(동박, 실리콘 음극재) ▲반도체 소재(유리 기판 등) ▲친환경 소재(생분해성 수지 및 라이멕스)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토대로 오는 2025년 7조9000억원, 2027년 11조4000억원의 매출액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으며 현재도 추진하고 있다. 목표대로라면 당장 내년 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데, 지난해 연 매출은 1조5708억원에 그쳤으며 올해 1분기 매출(4152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7.9% 감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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