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사태 파장알리바바, K-브랜드 수출 독과점 하나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큐텐이 최근 정산지연 파장을 일으키며 셀러 이탈이 확산되면서 향후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K-브랜드' 제품에 대한 해외 수출길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큐텐이 이커머스 계열사들과 함께 추진해온 '역직구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당초 큐텐은 국내 셀러들의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 사업을 펼칠 계획이었고 장기적으로는 알리바바그룹과 경쟁 구도를 그릴 것으로 예상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은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의 전날 새벽부터 2000여 명의 환불건을 처리한 이후 온라인로 업무를 전환했고 티몬은 오늘부터 QR, 수기로 환불 접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큐텐은 소비자 구제를 1순위, 영세소상공인 구제를 2순위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는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셀러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잃으면서 자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야놀자 계열사 인터파크트리플이 위메프·티몬과 계약을 해지하고 큐텐 소속의 '인터파크 쇼핑'과는 별개의 회사라고 해명에 나선 점은 상황을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에 큐텐의 '역직구 사업'도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큐텐은 국내 셀러들의 K-브랜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다면 큐텐 입장에선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큐텐은 올해 5월 자회사 '위시'와 플랫폼을 통합해 '위시플러스(Wish+)'를 론칭, K-브랜드 제품을 위시플러스의 대표 상품으로 삼아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위시는 북미와 유럽을 기반으로 25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큐익스프레스는 아시아 전역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에 두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기대됐다. 이후에는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 등 타 계열사들도 일제히 역직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큐텐은 향후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K-브랜드 제품의 수출 부문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알리바바그룹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소매 시장에 진입하고 자사 B2B 쇼핑 플랫폼 1688닷컴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해당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와서다. 실제 알리바바그룹은 이달 22일 국내 기업들만 입점할 수 있는 한국 전용 B2B 플랫폼 '한국 파빌리온'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역직구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시장에서는 큐텐 사태로 향후 알리바바그룹이 K-브랜드 제품 수출길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국내 제조업체나 셀러 대부분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수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 CJ, 농심, 삼양식품 등 일부 대기업들은 판로 개척을 위해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할 수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그친다. 또한 G마켓, 11번가 등 일부 국내 플랫폼들이 셀러들을 대상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운영중이지만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알리바바닷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국내 판매자들은 해외 수출을 위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다만 국내 역직구(수출) 플랫폼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 구도가 사라진다면 K-브랜드 제품의 판로는 알리바바그룹에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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