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도윤 딜사이트S 부국장] 정치테마주는 실체가 없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다.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섰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갑자기 정부브리핑을 통해 동해(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며 시추를 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해당 발표 후 주식시장에서는 한국석유, 한국가스공사, 흥구석유, E1, SK이노베이션, S-Oil, HD현대, 중앙에너비스, 동양철관, 대성에너지, 대성산업, 극동유화 등의 주가가 올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주식시장 대비 정부 정책에 따라 테마주가 급등하는 일이 많은 나라다. 보통 테마주는 실체가 없다고 하지만,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사업은 성장 기대감으로 관련 주식이 오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번 '동해유전테마'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추계획을 밝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가 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러니 주가의 반응이 더 즉각적일 수밖에...
발표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만약 채산이 된다면 실질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는 일단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는 비상장사다. 대신 한국석유공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인 한국석유(공업)가 여전히 상승세다. 증권가에서 실질적인 수혜주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석유·가스테마로 묶인 대성에너지, 흥구석유 등도 여전히 상승세다. 시추가 이뤄진다면 해양플랜트나 시추선이 사용돼야 하는데 실질적인 관련주라 할만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잠잠하다. 아이러니하다. 비이상적이다. 비이성적인 건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영일만 탐사 시추 성공가능성은 20%다. 다시 말해 실패 확률이 80%다. 성공가능성을 제시한 석유탐사업체 액트지오는 신뢰도 검증 논란에 빠졌다. 시추를 해야 석유와 가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당장 들어가는 최소 비용이 5000억원이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상업화까지 개발비용 추산은 아직 시도도 안했다. 여야는 예산확보를 놓고 정쟁 중이다.
정작 시추공을 뚫는 데는 연말쯤이나 가능하다고 한다. 개발여부 확인은 내년 쯤으로 예상된다. 상업화가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10년 뒤인 2035년이다. 140억 배럴 정도의 양이 매장되어 있다고 계산하면 개발 비용만 수백조다. 과거 4500만 배럴 분량의 가스전 개발에 약 1조2000억원이 들었다. 채산성과 경제성은 별개 문제다. 논란의 연속, 첩첩산중은 불 보듯 뻔하다. 일단 주도권을 쥔 한국석유공사는 정부의 재정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너도나도 산유국의 꿈을 꾸는 가운데 테마주 투자를 노린 누군가는 지난 일주일 간 짭짤한 투자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는 급락하는 주식을 손에 쥐고 하염없이 괴로워할지 모르겠다. 주주라면 기업의 중요 결정에 참여하고,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정치테마주에 엮인 실질적인 플레이어들 중에 주주가 경영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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