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의 부동산 아전인수
고의적 루머 확산, 이자수익 확대로 연결…고통 분담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08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제 논에 물 대기'로 직역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꼬집어 비판하는 사자성어다.


지난해부터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며 부동산시장에 제기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을 꾸준히 취재했다. 모 회사가 거액의 우발채무를 실제 부채로 떠안을 위험이 커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개별 사업장의 브릿지론 차환이 위태롭거나 본 PF 전환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알아본 결과 대부분 사실이었다. 기사로 언급한 부동산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은 기사가 나오자마자 대부분의 내용을 인정했다. 다만 회사가 자력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소문의 내용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그들의 호소 역시 대부분 사실이다. 부도설이 나와 취재 대상이 된 기업들은 대부분 일정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었다.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개별 사업장의 PF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았다. 비용 지출이 뼈아픈 타격으로 돌아왔지만 위기는 어느 정도 봉합돼가는 국면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PF 위기론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금융권이다. 이를 빌미로 개별 사업장에 제공한 대출의 이자율을 끌어올렸다. '모 기업의 사업장이 위험하다더라' 등 소문을 흘렸고 관련 기사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높은 이자수익을 벌어들였다. 건설업계는 사업이 좌초되는 걸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일부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생은 건설이 하고 돈은 금융이 벌어들인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론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이자 수익은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게 됐다. 일부 건설사는 건설원가 부담 증가와 더불어 연 이율 최대 20% 이상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며 절규하고 있다. 커지는 비용 부담에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권 입장에선 국내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회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 대출의 이자율을 높이는 게 당연하다. 안전장치를 만들어 위험에 대응하는 모습을 무조건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위험 부담으로 내놓은 대응책이 막대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건설업계의 위기를 알면서도 고통 분담의 자세가 부족했다.


관련 업계의 위기를 자신들의 이익 확대에 활용하는 금융권, 무조건 틀렸다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국내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건설업계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금융권이 상생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다 많이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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