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반기 전망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인수 역풍 장기화
④ 노종원 등 일부 임원 위한 M&A였다는 비판 거세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6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실패 여파가 길어지고 있다. 인텔 자회사 시절 재직하던 핵심 멤버들의 이탈까지 발생하면서 솔리다임의 존재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내부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 주식회사 및 종속기업'의 당기순손실은 전년동기대비 443.82% 악화된 85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주식회사는 솔리다임을 비롯해 SK하이닉스의 미국에 법인을 둔 낸드플래시 제조회사를 모두 포괄한다. 지난해 말부터 업계를 덮친 다운사이클 여파에 직격탄을 맞아 같은 기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인수 과정에서 IT 시스템 통합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인수 초기 적자는 예상됐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솔리다임이 하나의 사업부에서 법인으로 독립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만큼 다운사이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수 결정 당시 생각했던 시너지 효과 자체가 크지 않다는 내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면서 D램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가 보유한 플로팅게이트(FG) 기술을 흡수해 낸드플래시 기술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위해 인텔에 지급하기로 한 인수 대금은 미화 90억달러, 약 11조원에 달한다. 1차로 지난 2021년 말 70억달러를 주고 SSD 사업부와 중국 다롄(大連) 공장을 넘겨받았다. 연구개발(R&D), 운영인력을 포함한 유‧무형 자산은 오는 2025년 1분기 잔금 20억달러를 치른 뒤 이전받는다.


그러나 당시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차지트랩플래시(CTF) 기술은 인텔 낸드사업부가 보유하고 있던 FG 기술보다 이미 한 단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낸드플래시는 플로팅게이트에 전하를 가둬 정보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인텔 낸드사업부의 FG 기술은 도체인 폴리실리콘(Poly-Si)을 플로팅게이트로 사용해 ▲한 회로가 인접한 회로에 영향을 받는 '크로스톡(Cross talk)' ▲컨트롤게이트로 들어온 전압이 플로팅게이트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이트 커플링 커패시턴스(Gate coupling ratio) 저하'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로팅게이트 소재를 부도체인 실리콘나이트라이드(SiN)로 바꾼 게 CTF 기술이다. CTF 기술은 FG 기술과 비교해 기술의 신뢰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공정이 적어 단가가 낮고 소형화가 수월하다.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 대표이사. (출처=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부 시절 가졌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강점도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시에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 인텔을 모회사로 두고 있어 제품 기술력과 별개로 매출을 내기 어렵지 않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 논의 당시 인텔 낸드사업부 핵심 멤버를 추리고 모회사가 바뀐 뒤 해당 인력이 일정 기간 이상 근속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복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SK하이닉스에서 꼽았던 인텔 낸드사업부 핵심 멤버들은 대부분 사직했다"며 "지금 상태로는 껍데기뿐인 회사를 인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솔리다임 인수로 인한 내부 반발까지 심해지면서 적자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직원 달래기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SK그룹이나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목적보다는 소수 의사결정자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주도했던 건 인텔 출신 이석희 전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당시 SK하이닉스 대표이사)과 SK텔레콤 출신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 대표이사(당시 SK하이닉스 부사장)다. 


재계 관계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사례로 엿볼 수 있듯이 SK그룹에는 성공리에 M&A를 주도한 임원들을 높이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며 "노종원 솔리다임 대표 역시 본인 포트폴리오를 위해 인수에 힘을 실어준 뒤 이유가 필요하니 후행적으로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SK그룹에서 노 대표를 솔리다임 수장으로 발령한 것도 실패한 딜을 해결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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