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자 대폭 축소' SK, 준비된 50대 리더 발탁
신규 선임 82명, 최근 4년간 최소 규모...50대 경영진 배치로 세대교체
장용호(왼쪽부터)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용욱 SK실트론 사장. (제공=SK)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SK그룹이 임원 선임 폭을 최소화했다. 최근 4년 내 최소 규모다. SK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50대 사장들이 그동안 그룹을 이끌던 60대 부회장들의 빈자리를 채운 점도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는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 및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임원 수다. 새로 선임된 임원은 82명이다. 2023년 임원인사에서 선임된 임원이 145명인 점과 비교하면 43% 줄었다. 최근 4년간 임원인사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이번 규모는 가장 적다. SK에 따르면 2022년, 2021년 임원인사 수는 각각 165명, 107명이다.


승진자 규모 축소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0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한 '서든데스' 위험성을 재차 언급했다. 최 회장은 당시 미·중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을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다.


최 회장이 거듭 강조할 만큼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 효율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한다.

김양택(왼쪽부터) SK㈜머티리얼즈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제공=SK)

50대 경영진을 주요 계열사 대표로 선임한 점도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최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젊은 리더를 경영 일선에 배치해 미래성장을 지속하겠다는 복안이다. 조대식(63)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그룹을 이끌어온 지 7년만의 세대 교체다.


그룹 지주사인 SK㈜에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을, SK이노베이션에는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을 선임했다. SK실트론에는 이용욱(56) SK㈜머티리얼즈 사장을, SK에너지에는 오종훈(55) SK에너지 P&M CIC 대표를, SK온은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선임했다. 또 SK㈜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48) SK㈜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53)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58)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이끈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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