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호텔신라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신설을 공표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ESG위원회가 발족된 상태지만 공시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단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에 ESG에 특화된 인사 부재 때문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호텔신라의 이사회 내 위원회는 ▲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ESG위원회를 발족해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협력사 동반성장, 윤리경영 등 ESG경영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이 위원회 설립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호텔신라의 현재 이사회에는 ESG경영에 전문 경험을 갖춘 인물이 없단 점이다. 통상적으로 ESG위원회는 ESG활동에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두고 사내·외이사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삼성전자만 봐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공헌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김한조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했다. 삼성생명 역시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를 ESG위원장으로 뒀다.

반면 호텔신라 사외이사는 ▲김준기 사외이사 ▲김현웅 사외이사 ▲진정구 사외이사 ▲주형환 사외이사 등 4명 모두 정재계 인물이다. 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김준기 이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장과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역임했고, 김현웅 이사는 법무부장관 출신이다. 진정구 이사는 국회 입법 차장을 지냈으며 주형환 이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문제는 호텔신라가 ESG 전문가를 선임할 계획도 없단 점이다. 내달 16일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만 상정한 상태다. 이에 호텔신라의 ESG위원회가 재기능을 할 수 있냐는 의견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많은 대기업들이 2021년부터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는데 호텔신라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며 "현재 사외이사진들로 ESG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관련 전문가가 없는 까닭에 보고만 받는 위원회로 남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10월 이사회에서 ESG위원회 안건을 의결한 후 ESG위원회를 즉각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ESG위원회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며, 관련 성과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ESG위원회는 없었지만 그동안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5년 연속 'A'등급을 받는 등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며 "이번 ESG위원회 신설을 통해 ESG경영을 더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