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시멘트-레미콘 업계가 시멘트가격 인상을 놓고 협상 중인 가운데 원료값에 큰 영향을 받을 삼표그룹은 표정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삼표시멘트와 레미콘업체 삼표산업이 주축인 그룹인 만큼 표면적으론 양사 간 실적 비대칭 우려가 있지만 계열물량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인상 수혜를 톡톡히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시멘트값 인상에 레미콘은 운다…"원가부담 상쇄 불가능"

현재 레미콘 업계는 작년 두 차례에 이어 연초부터 또다시 시멘트 가격이 오를 수 있단 점을 올해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건설사와의 ▲단가 조정의 시간차 ▲갑을관계로 인해 시멘트가격 상승이 곧 실적저하로 이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레미콘 업체는 국내 시멘트사가 정한 요율대로 시멘트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원료값이 올랐다고 당장 건설사에 레미콘값 인상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지난해만 봐도 시멘트 업계가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반면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사와의 공급가를 연초 확정한 이후 조정하지 못했다. 전국에 950여개의 회사가 난립해 있는 만큼 건설사를 상대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아서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는 규격 문제 등으로 인해 해외에서 완제 수입이 어려운 품목"이라며 "이 때문에 시멘트 업체가 부르는 값에 원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레미콘 업체는 상승한 원가율을 상쇄할 길이 없는 터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표산업에는 남 얘기?

레미콘 업체들이 이처럼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것과 달리 삼표산업이 입을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표시멘트-삼표산업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공급사슬(내부거래)이 공고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표산업은 2021년 총매출원가(5900억원) 가운데 36.5%에 달하는 2155억원을 삼표시멘트, 삼표산업 등 계열사로부터 공급받은 시멘트 및 운송용역 등의 비용으로 지출했다. 특히 레미콘 제조에 필요한 시멘트 대부분은 삼표시멘트에서 받아오고 있는 만큼 대규모 공급계약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시현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앞선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삼표시멘트가 삼표산업에 공급하는 시멘트가격은 타 사 대비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 그룹이다 보니 삼표시멘트는 시멘트값 인상으로 마진을 높이고 삼표산업은 원가부담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낼 여지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삼표시멘트, 재고 털면 마진 오른다

시장에선 삼표그룹이 경우에 따라선 시멘트값 인상 이후 추가적으로 재미를 볼 가능성도 제기 하고 있다. 삼표시멘트 창고에 보관된 시멘트 재고가 높은 값에 팔릴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작년 9월말 삼표시멘트가 잡아 놓은 재고자산 규모는 연결기준 124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6% 증가했다. 재고 증가는 통상 평가손실 등이 반영돼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하지만 삼표시멘트의 경우 가격 인상시 원료를 완제로 만들어 팔 때마다 과거 대비 수익성이 커지는 만큼 미리 확보한 재고로 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만한 입장이 됐다.

다만 삼표그룹 측은 시멘트가격 인상이 그룹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주요 시멘트-레미콘업체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시멘트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곳 대비 가격인상 수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멘트-레미콘업계 간 갈등에서 당 그룹이 크게 언급되지 않는 것도 양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