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역사가 쌓인 ETF(상장지수펀드)는 명실상부 금융투자시장의 핵심 비히클(투자수단)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설 만큼 투심이 쏠리면서 대형사와 중소형 운용사 가릴 것 없이 ETF 출시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ETF 앞날에 꽃길만 열려있는 건 아니다. 유가증권의 일종인 만큼 ETF는 증시와 희노애락을 함께한다. 올해들어 긴축정책과 인플레이션으로 증시가 흔들리며 ETF 성장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이에 수익률, 괴리율, 보수율 등 ETF 상품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팍스넷뉴스가 ETF 산업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가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러시아 ETF의 괴리율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으며, 각종 테마형 상품의 등장으로 인기를 끈 중국향 ETF도 괴리율 경고등이 커져 '중학개미'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571개 ETF의 최근 3개월(4월10일~6월10일) 동안의 평균 괴리율은 7.98%를 기록했다. 국내형 ETF의 LP(유동성공급자) 관리의무 기준이 되는 3%는 물론 해외형 ETF의 기준점인 6%도 넘어섰다.
사실 대부분의 ETF 평균 괴리율은 1% 이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ETF의 평균 괴리율이 관리의무 기준을 초과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다. 국내 유일의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합성)'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돼 거래정지 상태가 되면서 4607%의 평균 괴리율을 보였다. 해당 ETF의 경우 하루 최대 7559%까지 괴리율이 벌어지기도 했다.
괴리율이란 ETF 시장가격과 ETF 투자대상자산의 순자산가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괴리율이 크다는 건 그만큼 해당 ETF가 적정 가격에 거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일정 수준 이상(국내 6%‧해외 12%)으로 벌어지면 투자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되는 만큼 괴리율 관리는 ETF 운용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러시아 ETF와 더불어 중국 시장을 겨냥한 ETF도 괴리율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괴리율이 6% 이상 벌어진 23개 ETF 가운데 차이나 테마가 15개를 차지했다. 특히 '동양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홍콩의 항생테크지수를 추종하는 차이나항셍테크 ETF의 가격 안전성이 흔들렸다. 국내 4대 항셍테크 ETF인 ▲KODEX차이나H항생테크(H) ▲KINDEX차이나항셍테크 ▲KBSTAR차이나항셍테크 ▲TIGER차이나항셍테크 모두 19% 내외의 괴리율을 기록했다.
양수(+)와는 반대로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 보다 저평가 됐음을 뜻하는 음수(-)로 봐도 차이나 ETF의 괴리율이 관리의무 이상으로 벌어졌다. -6% 이상의 괴리율을 보인 15개 ETF 중 12개가 중국 시장을 투자처로 삼는 ETF에 해당됐다.
항생테크 ETF 외에도 ▲KINDEX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 ▲SOL 차이나육성산업액티브(합성) 등 유니버스와 스타일을 가리지 않았다. 아울러 올해 초 국내에 첫 상장 돼 화제를 모은 과창판(중국 상해거래소 과학창업판) ETF 중 하나인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도 –7.26%의 괴리율을 보였다. 과창판에는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집중돼 있어 중국판 나스닥으로 통한다.
해외 ETF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국가별 장 마감 시간이 다른 만큼 괴리율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나 중국 시장은 매도(숏)가 안되다 보니 LP들이 헤지(위험분산)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도 괴리율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또 상반기에 펜데믹 락다운의 영향을 받아 중국 시장이 침체됐고, 그로 인해 투자자의 관심이 줄면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도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 ETF는 장 마감 시간의 차이로 어느 정도 괴리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 시장은 담당 애널리스트도 현지 단말기를 활용해 리서치를 할 정도로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나 보니 관련 리스크를 덜어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변동 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미국 투자처럼 위안으로 환전 해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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