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기자] 농협은행이 설계·판매하고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이 설정(발행)한 사모펀드의 제재 여부를 놓고 지분증권과 수익증권의 동일성, 펀드판매와 증권주선의 동일성이 논란이다.

자본시장 관리·감독의 사전 심의 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농협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의 공모회피 여부를 논의하면서 일반증권과 펀드증권이 동일한 규제 대상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증선위 일부 위원은 "펀드증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이유로 공모회피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의 모집이나 매출에서 공모발행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증권의 모집·매출에 펀드증권도 넣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과거 미래에셋대우의 '랜드마크72' 사례를 통해 일반증권의 공모규제 회피는 익숙하지만 농협은행의 사례처럼 펀드증권의 판매(주선)에서 이를 적용하는 건 생소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시장법은 일반증권과 펀드증권을 모두 증권의 한 종류로 포괄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증권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의 6가지 유형으로 열거되어 있다. 주권은 지분증권의 한 종류이고, 펀드는 수익증권의 한 종류로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에 다름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이 만들어지면서 일반증권과 펀드가 동일한 발행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펀드를 별도로 보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면서 "증권거래법 시절에는 유가증권의 모집·매출이 하나의 범주 하에서 취급됐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례는 일반법인인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의 모집주선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도 연결되어 있다. 증선위는 지난해 증권의 모집 주선인에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농협은행에도 이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냐는 것이다.

증선위는 지난해 11월28일 비상장법인인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과 그 모집주선인에게 각각 3억8480만원, 1억5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은 2014년 11월28일, 2014년 12월30일, 2015년 3월21일, 2015년 5월1일 등 총 4회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선인을 통하는 방법으로 총 343명에게 청약을 권유해 총 121억9000만원을 모집했다. 모집액 가운데 69%가 주선인을 통해 이뤄졌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과 개인 주선인은 4회에 걸쳐 모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모집 주선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주선인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첫 사례였다. 농협은행을 펀드증권의 주선인으로 보고 제재한다면 펀드증권의 모집 주선인에 대한 첫 제재 사례가 된다.

증선위가 만약 농협은행을 제재하지 않을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다. 지분증권의 주선인은 처벌하면서도 투자신탁 수익증권의 주선인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과 그 주선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에 참여한 이상복·박재환 증선위원은 농협은행 과징금 부과 증선위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