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기자] 시리즈펀드 논란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이미 2016년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동일 증권 분할 발행을 통한 공모규제 회피가 적발됐다. 농협은행·파인아시아자산운용·아람자산운용 사례는 시리즈펀드에 OEM펀드가 결합된 경우다. 자본시장법의 허점을 최대한 파고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2017년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을 통해 회사채펀드를 설정했다. 외부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서 자산운용회사가 해야 할 투자대상 선정과 거래 조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펀드를 여러 개로 쪼개 발행하도록 해서 약 7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농협은행·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 사례와 미래에셋대우의 사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ABS를 15개 특수목적회사(SPC)로 쪼개 발행한 뒤, 이를 573명의 투자자에게 팔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을 분할 발행했고, SPC별로 49인 이하에게 증권의 모집 행위를 했기 때문에 공모회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SPC의 기초자산이 동일했고, 청약의 권유도 모두 6개월 이내에 이뤄졌다. 형식은 사모였지만 실질은 공모발행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공모회피 사례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같은 종류의 증권'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했다(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 시행령 제129조의2).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도 동일 증권의 6개월 이내 분할 발행은 공모로 간주되기 때문에 공모 회피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 다만 펀드증권의 분할 발행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조치가 없었다. 실제로 랜드마크72 사례 이후에도 시리즈펀드는 암암리에 발행됐다.

시리즈펀드의 문제는 펀드증권의 발행 주체 이슈와도 연결된다. 미래에셋대우 ABS와 농협은행·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 펀드증권의 발행주체는 다르다. ABS의 발행주체는 미래에셋대우지만, 회사채펀드의 발행주체는 농협은행이 아닌 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이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의 모집과 매출의 신고 주체를 발행인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19조). 펀드증권의 구조와 조건을 결정하고 판매를 책임진 것은 농협은행이지만, 발행인이 아닌 펀드판매사에 증권신고서 제출 위반 책임을 묻는 건 생소하다.

그렇지만 OEM펀드라는 말이 대변하는 것처럼 농협은행의 행위는 발행인을 위한 증권의 모집 내지 직간접적인 증권의 모집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착안해 금융당국은 펀드판매회사인 농협은행에게 주선인의 책임을 물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OEM펀드나 시리즈펀드는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발행되고 있었다"면서 "미래에셋대우의 '랜드마크72'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펀드 시장에서 판매사인 은행의 지위와 위상이 높다보니 이슈가 된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