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파인아시아자산운용·아람자산운용의 공모규제 회피를 위한 사모펀드 설정·판매를 놓고 시리즈(series) 펀드, 판매사맞춤형(OEM) 펀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리즈펀드는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와 배치된다. OEM펀드는 집합투자업자의 고유업무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탈행위다. 팍스넷뉴스는 농협은행·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 사례를 계기로 시리즈펀드와 OEM펀드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김현동 기자] 농협은행·파인아시아자산운용·아람자산운용의 시리즈·OEM펀드에서 최대 쟁점은 펀드 판매회사의 지위와 책임이다. 금융당국은 펀드 판매회사가 주선인의 지위를 가지고 그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농협은행은 펀드 판매회사는 증권의 발행인이 아니기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농협은행·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 회사채펀드에서 펀드증권의 발행은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이다. 집합투자재산의 운용도 그렇지만 펀드증권의 설정(발행)과 해지는 자산운용회사의 고유 업무다. 농협은행이 펀드증권의 발행 대상과 발행 조건 등에 개입하긴 했지만, 발행 자체는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운용의 몫이었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펀드증권의 발행업무에 노골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펀드 설정시에 투자 대상 회사채와 거래 조건을 지시했고, 파인아시아운용·아람운용은 농협은행의 지시를 따라서 펀드를 발행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펀드증권 발행 당시 파인아시아운용은 최대주주 변경 등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2016년 초 설립된 아람운용은 영업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펀드재산의 운용지시 등에서 판매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농협은행은 2015년 10월 이후 달라진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최소투자금액 1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모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농협은행이 주장하는 것처럼 펀드 판매회사에게 펀드증권의 발행인에 준하는 증권신고서 제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펀드 판매는 예금과 대출·환(換)을 고유업무로 하는 은행에게 겸영업무일 뿐이다(은행법 제28조). 펀드 판매는 은행의 겸영업무 중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은행법 시행령 제18조의2)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에는 판매회사가 집합투자재산의 운용을 지시한 경우에 대한 제재근거가 없다. OEM펀드가 암묵적으로 용인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농협은행이 펀드증권의 발행인은 아니지만 발행인에 준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증권의 주선인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증권거래법에서 규정되어 있던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의 주선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62년 제정된 증권거래법은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에 통합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OEM펀드에 대해 자산운용사만 처벌할 경우 펀드 시장의 주력인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주선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조항(자본시장법 제429조) 자체가 처벌조항만 있고, 선행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발행인이 아닌 판매회사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을 물을 근거가 없다"면서 "제재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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