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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차익 8000억인데 팔지도 못하고…산은, 한진칼 '딜레마'
구예림 기자
2026-11-06 07:00:00
항공사 통합 전 회수 부담…경영권 프리미엄 소멸·매각 상대방 선정 변수
이 기사는 2026-11-05 08:51:2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칼 주가·산업은행 지분가치. (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산업은행이 한진칼 투자로 원금의 1.6배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지만 정작 투자금 회수에는 발이 묶였다. 호반그룹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 경쟁으로 산은의 보유 지분 가치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항공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정책적 투자 목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당장 매각에 나서기 어렵다. 경영권 경쟁이 잦아들면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 있는 데다 매각 상대방에 따라 지배구조까지 흔들 수 있어 산은이 투자 성과를 실현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706만2146주)의 평가액은 전날 종가(18만4300원) 기준 약 1조3016억원에 달한다. 한진칼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산은의 지분 평가액도 가파르게 불어났다. 지난 8월18일 종가 기준 평가차익이 339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두 달 반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취득원가와 비교하면 평가차익은 약 8016억원으로 원금 대비 평가수익률은 160.3%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입했다.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7만800원에 신주를 취득하고 별도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EB가 전액 상환되면서 현재 남아 있는 주식 투자 원금은 5000억원이다.


산은 입장에서 현재 주가는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유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약 8016억원의 평가차익은 어디까지나 미실현 이익일 뿐 실제 현금화한 수익은 아니다. 산은이 보유한 706만주가 넘는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할 경우 매각가격이 현재 주가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산은은 2020년 11월 한진칼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인수 후 통합(PMI)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토록 했다.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명 선임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동의권, 대한항공 경영평가에 대한 협조 의무 등이 합의서에 명시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뿐 아니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까지 항공산업 구조개편의 범위에 포함됐다.


산은은 항공산업 구조개편 완료를 지분 회수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구조개편 완료 시까지 출자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회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고했다. 최근까지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산은의 지분 회수를 가로막는 핵심 변수는 매각 절차보다 정책적 투자 목적이다.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투입한 정책자금을 통합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회수할 경우 당초 투자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 성과가 커졌지만 정책적 목적이 오히려 차익 실현의 걸림돌이 된 셈이다.


여기에 한진칼 경영권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산은 지분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한진칼은 4일 최대주주가 조 회장 측에서 호반그룹 측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호반그룹 측 지분율은 20.69%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20.58%)을 0.11%포인트 앞섰다.


조 회장도 지분 확대에 나섰다.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약 371억원에 추가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추가로 높아질 전망이다. 양측의 지분 매입 공세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경쟁에 대한 기대감은 한진칼의 기업가치에도 반영되고 있다. 4일 종가 기준 한진칼 시가총액은 약 12조3043억원으로 핵심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의 약 10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시가총액이 주력 사업회사보다 높아진 배경에는 항공사업 자체의 실적 개선뿐 아니라 경영권 경쟁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보유한 10.58%의 지분은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경영권 경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산은 지분율은 호반그룹과 조 회장 측의 지분 격차를 크게 웃돈다. 델타항공 등 기존 경영진의 우호 지분을 고려하면 산은의 선택만으로 경영권 향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지분 매각 시점과 상대방에 따라 양측의 지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산은이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상대방 선정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반그룹과 조 회장 측의 지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지분을 넘길 경우 정책금융기관이 경영권 경쟁의 균형을 바꿨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매각 시점뿐 아니라 매각 방식과 상대방까지 고려해야 하는 구조다.


산은이 투자금 회수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도 불투명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17일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어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하는 LCC 통합은 내년 3월16일을 합병기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LCC 통합이 마무리되더라도 산은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곧바로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 합병과 조직·운항체계의 실질적인 통합은 별개인 데다 산은이 구조개편 완료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과 시점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통합 이후 PMI 계획의 후속 이행 여부까지 고려하면 지분 회수 논의가 내년 상반기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산은 역시 여전히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계획은 없다"며 "단기로 결정하지 않고 장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항공산업 구조개편을 마무리하는 동안 경영권 경쟁으로 형성된 주가 프리미엄이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호반그룹과 조 회장 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잦아들 경우 현재의 높은 평가차익도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특정 진영에 힘을 실어준다는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정책적 투자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회수를 늦추는 동안 현재의 높은 평가차익을 실현할 기회마저 놓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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