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본사 소재지 결정에 대해서는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국정감사에서는 산은이 당초 '지방공항 세컨드 허브' 구축을 내세웠던 만큼 정책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한항공과 부산시의 협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 LCC의 부산 거점 기능과 본사 소재지 문제를 거론하며 산은의 역할을 추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산은은 통합 LCC 본사 소재지와 조직·인력 배치, 세부 노선 운영이 대한항공의 자율적 결정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을 투입하면서 지방공항 기반 세컨드 허브 구축이라는 명분을 스스로 제시했는데도 그 정책 목표를 완전히 무시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산은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의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면서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과 지방 출도착 노선 확대를 정책적 효과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산은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산은은 한진칼과 체결한 투자합의서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동의권과 경영평가 권한 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주요 주주라는 점을 거론하며 통합 과정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기업 경영에 사실은 저희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대한항공과 부산시가 관련 사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산은의 투자합의서를 거듭 언급하며 반박했다. 그는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부산 거점 항공기 추가 배치와 부산발 국제노선 확대, 독립적인 정비 거점 기능 강화, 지역 채용 확대 등의 계획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산업은행 회장께서 챙겼어야 되는 일이지 제가 챙길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대한항공이 제시한 부산 거점 계획이 실제 이행되는지 산업은행 회장께서 직접 책임 있게 점검하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 LCC의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에어부산이 2007년 부산시와 지역 경제인들의 출자로 출범했고 코로나19 당시 부산시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을 언급했다. 현재도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이 2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통합 이후 본사와 주요 기능까지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가덕도신공항 개항에 대비해서도 부산에 실질적인 항공사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공항 시설 확충을 넘어 항공기와 인력, 정비·운항 기능을 갖춘 항공사가 있어야 허브 공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영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통합 LCC 본사 소재지 결정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대한항공과 부산시가 협의를 통해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결정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해공항 테크센터의 시설 확장과 인력 배치 계획 등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부산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저희도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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