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제주항공이 10년 만에 호텔 사업을 정리하고 투자금 700억원대를 회수했다. 비항공 자산과 노후 항공기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본업 체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 3월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진에어' 출범으로 산업 경쟁 구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LCC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호텔법인 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퍼시픽)는 지난 1일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2016년 호텔 사업 진출을 위해 법인을 설립한지 10년 만이다. 제주항공은 퍼시픽 설립 후 2018년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 운영을 본격화했다. 투자금은 총 679억원이다.
투자금 회수는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호텔 법인의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원금 중 150억원을 먼저 돌려받았다. 올해 5월 호텔사업을 계열사 애경타운에 양도하기로 결정한 후 최근 두번째 유상감자로 출자금 528억원을 회수했다. 별도의 매각 차익 없이 장부가(529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계열사에 넘긴 셈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호텔로부터 받은 배당 49억원까지 더하면 회수액은 727억원으로 추산된다. 투자금의 107%를 회수해 원금을 소폭 웃돌았으나 투자금이 장기간 묶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을 크게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비핵심 자산 정리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 6월 IT 자회사 AK아이에스 지분 전량을 최대주주 AK홀딩스에 433억원에 넘겼고 지난달 보잉 B737-800NG 3대를 나이지리아 항공사에 약 1447억원에 매각했다. 또 같은달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조달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를 통해 재무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자금조달과 함께 지출도 이어졌다. 제주항공은 8월 안정적인 이자수익 확보와 자금 운용 수익성 제고를 위해 애경자산관리의 대여금 채권 270억원을 매입했다. 사옥 임차 계약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AK홀딩스의 서울 강서구 소재 건물을 서울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40년6개월간 임차했다. 임차료 총액 516억원은 지난 6일 일시 선납했다. 두 거래만 합해도 786억원으로 호텔에서 회수한 727억원을 웃돈다.
체질개선의 속도를 내는 배경은 재무부담이 있다. 상반기 별도 기준 결손금은 862억원으로 지난해말 437억원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부채는 2조4018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134%를 기록했다. 2024년 545%, 2025년 808%에서 가파른 오름세다.
다행히 본업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탄력적인 노선 운영과 여객 수요 증가로 상반기 별도 매출은 9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여기에 하반기는 재무부담도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영구채 조달액 1000억원 중 9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데다,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도 줄어드는 만큼 부채비율 개선이 예상된다. 이처럼 제주항공은 비항공 자회사 매각과 기단 현대화 등을 통해 항공운송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합 진에어는 제주항공의 새로운 변수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내년 3월 통합 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세 항공사의 기단을 합쳐 총 60대를 확보하게 돼 기단 규모에서 제주항공을 앞설 전망이다.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 입장에선 시장 지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변화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제주항공의 자산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향후 경쟁 구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경쟁 업체 수가 줄고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LCC 통합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주항공은 시장 지위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향후 집객력 등에 어떻게 작용할지, 통합 진에어 출범에 맞춰 공격적인 경쟁이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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