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Sh수협은행 차기 행장 인선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부 출신을 선호하던 조직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신학기 현 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세 차례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사이, 금융지주 전환과 비은행 사업 확대를 이끌 차기 행장에게는 조직 이해도뿐 아니라 정책 전문성과 대외 협의 역량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세 명의 행장을 연속으로 내부에서 배출한 수협은행에서 관료 출신 경영자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시각이 등장한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차기 행장 인선은 신 행장과 이 원장의 2파전으로 압축된 양상이다. 행추위는 지난 9월 22일과 10월 6일, 26일 세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1·2차 회의에서는 신 행장 3표, 이 원장 2표로 갈렸고 3차 회의에서도 최종 추천 요건인 4표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4차 행추위는 오는 11일 열린다.
당초 은행 내부에서는 조직 사정에 밝은 내부 출신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협은행은 김진균·강신숙 전 행장에 이어 신 행장까지 최근 세 명의 행장을 연속으로 내부에서 배출했다. 수산금융이라는 특수성과 수협중앙회·회원조합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내부 출신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차기 행장에게 요구되는 경영 역량을 놓고 내부에서도 다른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협은행이 은행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기존의 조직 이해도와 영업 경험만으로는 중장기 경영 과제를 풀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특정 외부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관료 출신 경영자가 가진 정책 경험과 대외 협의 역량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수협은행이 추진하는 사업 다각화가 자리 잡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트리니티자산운용을 인수해 Sh수협자산운용을 출범시키며 자산운용업에 진출했고, 현재는 상상인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비은행 금융회사를 확보해 금융지주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행보다.
비은행 사업 확대는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인수 이후 계열사 관리와 위험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금융지주 전환 과정에서는 수협중앙회와의 역할 조정은 물론 자본·지배구조 관련 검토와 금융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하다. 은행 영업뿐 아니라 금융정책과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 대외 이해관계 조율 능력이 차기 행장의 주요 역량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과 정책 부문을 두루 경험한 관료 출신 경영자가 새로운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이 조직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서도 "앞으로 지주사 전환이나 비은행 사업 확대까지 생각하면 외부에서 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원장의 등장 자체가 이번 행장 인선 구도를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을 거쳐 현재 FIU 원장을 맡고 있는 현직 고위 관료다. 금융산업 전반의 정책 수립과 감독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수협은행의 사업 다각화와 지주사 전환 과정에 필요한 대외 협의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신 행장의 연임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번 인선도 이 원장의 공모 참여로 현직 행장과 현직 금융관료의 맞대결로 재편됐다.
반면 비은행 사업 확대가 관료 출신 후보에게만 유리한 과제는 아니다. 신 행장은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한 뒤 리스크관리와 심사, 전략기획 등을 두루 거친 정통 '수협맨'으로 2024년 행장에 올라 조직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마무리했고 현재 진행 중인 상상인증권 인수 역시 신 행장 재임 중 추진된 사업이다. 사업 추진 경과와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연속성은 신 행장의 강점이다. 결국 두 후보는 정책 전문성과 대외 협의 역량, 조직 이해도와 경영 연속성이라는 서로 다른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어느 쪽도 최종 후보 추천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인선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행추위는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 추천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조합장 2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추천위원들의 표심도 갈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종 후보 추천에는 5명 중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 측과 중앙회 측 어느 한쪽의 지지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은행 내부에서는 인선 장기화 자체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행장 선임이 늦어질수록 후속 임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 신 행장의 임기는 오는 17일 까지다.
수협은행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외부 인사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해도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보다 장기간 이어진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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