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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첫 관문' 넘었지만…핵심 쟁점 여전한 '반쪽 진전'
한진리 기자
2026-11-04 07:00:00
여당 주도로 농협법 개정안 소위 통과…연내 입법 불투명·2차 개혁도 차질
이 기사는 2026-11-03 16:34:4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농협 개혁의 첫 단추가 8개월 만에 꿰어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감사기구 독립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선거비용 부담과 정부의 인사·감사 관여를 둘러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야 합의 없이 첫 관문을 넘으면서 후속 입법 과정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회 권한 분산 등을 담은 2차 개혁 일정까지 늦어지면서 개혁의 속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당초 지난달 27일 예정됐던 재심사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약 8개월 만에 소위 문턱을 넘은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 방식에 반발해 퇴장했고, 개정안은 여당 주도로 의결됐다. 개정안은 오는 5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는 전국 1100여개 회원조합의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지만, 2028년 선거부터 약 187만명의 개별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도록 선거권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중앙회장 선거를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함께 치르는 방안도 반영됐다. 선거비용을 줄이고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연계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권 확대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전체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중앙회장의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농협중앙회의 법적 회원이 개별 조합원이 아닌 지역조합이라는 점에서 직선제 전환 이후 회원조합의 대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직선제 도입 방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회원조합 총회에서 조합원 의사를 반영해 중앙회장 후보를 정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앙회장 선출의 민주성을 높이겠다는 개혁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선거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의 부담을 덜어줄 보전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직선제 도입 시 약 40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8억~228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추산액은 최대 198억원 차이가 나지만 비용 보전에 관한 규정은 이번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직선제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정치화와 관권선거 우려를 언급하며 공영선거에 준하는 선거비용 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선제 전환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선거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지는 후속 과제로 남겨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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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Chat GPT)

감사기구 개편 역시 독립성 강화라는 방향에는 무게가 실렸지만 구체적인 운영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남아 있다. 개정안은 중앙회 감사조직을 우선 내부 분사 형태로 운영한 뒤 2년 이내에 별도 독립 법인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초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한 정부와 중앙회 내부 분사화를 주장한 농협 측 입장을 단계적 전환 방식으로 절충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기존 감사체계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외부 감사기구 설치가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감사조직의 법적 독립 못지않게 인사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정부 추천 인사가 농협의 주요 인사추천기구에 참여하고 외부 추천 인사가 감사기구에 들어가는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와 달리 정부의 인사·감사 관여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여당은 외부 인사 참여를 통해 기존 감사체계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기구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둘러싼 이견도 해소되지 않았다. 농협 측은 독립 감사기구 설립에 최대 1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지만 농식품부는 500억원 안팎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 인력과 전산 시스템 구축 등에 필요한 재원을 놓고 양측이 제시한 비용 규모부터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소위 문턱을 넘었지만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야당이 법안 처리 절차와 정부의 인사·감사 관여 가능성을 동시에 문제 삼고 있는 만큼 후속 심사에서도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선거비용 보전과 감사기구 운영체계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어 연내 입법 여부도 불투명하다.


1차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후속 개혁 일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중앙회장 선거제도와 감사체계를 개편하는 1차 개혁에 이어 중앙회 권한 분산과 경제사업 활성화, 조합·조합원 제도 개선 등을 담은 2차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1차 개혁 입법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2차 개혁안 발표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역시 2차 개혁안 발표 시기를 1차 입법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위 통과로 농협 개혁이 다시 추진 동력을 확보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 없이 법안이 처리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선거비용 부담과 감사기구 운영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연내 입법은 물론 2차 개혁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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