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방송과 영화, 음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2018년 홈쇼핑과 콘텐츠 기업의 합병으로 출범한 뒤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와 티빙 육성 등 콘텐츠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콘텐츠 사업보다 홈쇼핑에 이익을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CJ ENM의 수익구조와 글로벌 콘텐츠 투자 성과, 방송에서 OTT로의 사업 전환을 짚어보고 체질개선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CJ ENM이 2023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최근 2년간 이익을 늘렸지만, 정작 콘텐츠 사업의 이익창출력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영화·음악 등 콘텐츠 사업의 영업이익이 5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커머스가 책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커머스를 제외한 사업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콘텐츠 기업을 표방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수익구조는 오히려 홈쇼핑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 셈이다. 커머스 부문도 5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콘텐츠 부문의 감소 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2018년 합병 당시 내세웠던 '콘텐츠·커머스 시너지'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점검할 대목이다.
◆커머스 이익 비중 40%→72%…콘텐츠 수익성 뒷걸음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해 연결 기준 13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3년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2024년 10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2년 연속 이익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은 콘텐츠가 아닌 커머스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은 958억원으로 연결 영업이익의 72.1%에 달했다. 2023년 693억원, 2024년 831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하며 전사 실적 회복을 뒷받침했다.
커머스 의존도 심화는 홈쇼핑 사업의 이익창출력이 과거보다 강화된 결과가 아니다. 콘텐츠 사업의 수익성이 더 빠르게 악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21년 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은 1201억원으로 연결 영업이익 2969억원의 40.4%였다. 지난해 커머스 영업이익은 당시보다 20.2% 줄었지만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3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 3개 부문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1861억원에서 지난해 405억원으로 78.2% 급감했다. 2022년 706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3년에는 9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흑자로 돌아섰지만 과거 이익 규모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문별로는 미디어플랫폼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tvN과 티빙 등을 운영하는 미디어플랫폼 부문 영업이익은 2021년 1098억원에서 지난해 8억원으로 급감했다. 방송광고 시장 위축으로 기존 방송사업의 수익 기반이 약화된 가운데 OTT 사업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맞물린 결과다.
영화·드라마 부문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 이후 글로벌 콘텐츠 제작·유통사업이 연결실적에 반영되면서 해외 사업의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 영화·드라마 사업은 제작비를 선투입하고 작품 납품과 판권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제작 일정과 콘텐츠 공급 시점에 따라 매출 인식이 달라지는 데다 제작비와 판권 등 자산으로 계상된 비용이 콘텐츠 이용·판매에 맞춰 상각되면서 영업손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음악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이 2.1배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2.8%에서 5.0%로 하락했다. 매출 외형 확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음악사업은 음반·음원뿐 아니라 공연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등으로 수익원을 넓힐 수 있지만, 매출 구성에 따라 제작·공연·마케팅 비용과 수익성이 달라진다. CJ ENM 역시 음악사업의 외형 성장에도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이익의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콘텐츠 사업의 적자 규모가 줄어든 점은 실적 회복의 긍정적인 변화다. 영화·드라마 부문 영업손실은 2023년 975억원에서 지난해 10억원으로 축소됐다. 커머스를 제외한 사업의 영업손익도 연결조정액을 반영하면 2023년 839억원 적자에서 2024년 213억원, 지난해 371억원 흑자로 개선됐다. 그러나 2021년 1768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5분의 1 수준이다.
여기서 콘텐츠 3개 부문의 영업이익 합계와 커머스를 제외한 연결 영업이익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합산한 금액에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반영되는 내부거래 제거 등 연결조정 효과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커머스를 제외한 사업의 실제 연결 기준 이익 기여도를 살펴보려면 연결조정액까지 반영해야 한다.
수익구조의 취약성은 올해 상반기에 다시 드러났다. CJ ENM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지만 커머스 부문 영업이익 498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커머스를 제외한 사업이 연결조정 후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콘텐츠 사업의 수익성 회복도 제한적이었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지만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영화·드라마 부문도 2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음악 부문 역시 매출이 9.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98억원에서 51억원으로 74.1% 감소했다.
전사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동안 콘텐츠 사업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최근 실적 회복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출 44% 늘었지만 영업익 55% 감소…합병 시너지 시험대
CJ ENM은 2018년 7월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회사는 프리미엄 콘텐츠와 차별화된 커머스 경험을 결합해 신규 시장을 확대하는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을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사업 규모가 커진 것과 달리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연결 매출은 2021년 3조5524억원에서 지난해 5조1345억원으로 44.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69억원에서 1329억원으로 55.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8.4%에서 2.6%로 낮아졌다.
매출이 1조5821억원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오히려 1640억원 줄어든 것이다. 사업 확장과 대규모 콘텐츠 투자가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늘어난 매출에 걸맞은 이익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이 양쪽 사업의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았는지는 의문이다. 합병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과 제작 역량을 상품 기획·판매에 활용하고, 커머스 플랫폼을 콘텐츠의 새로운 수익 창출 경로로 연결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실적에서는 콘텐츠 사업의 이익 기여도가 크게 낮아졌고 커머스가 전사 수익성을 떠받치는 구조가 두드러진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협업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CJ ENM은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고 있지만, 콘텐츠 IP를 활용한 상품 판매나 미디어·커머스 연계사업이 별도로 창출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구분해 공시하지 않고 있다. 합병 당시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시너지의 재무적 성과를 외부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셈이다.
커머스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MLC) 거래액은 전년 대비 66.5% 증가했다. CJ ENM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도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성장전략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거래액 증가는 곧바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플랫폼에서 판매된 상품의 거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실제 매출로 인식되는 금액은 상품 판매 방식과 수수료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거래액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가 콘텐츠·커머스 결합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다.
수익성 회복에 대한 외부 평가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TV광고 시장 부진과 글로벌 OTT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2022년 이전보다 낮은 수준의 수익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J ENM은 글로벌 유통망 확대와 제작 효율화를 통해 콘텐츠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은 제작비 선투자와 작품 공급 시점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존재한다"며 "글로벌 유통 채널 다변화, IP 부가사업 확대, AI 기반 제작 효율화 등을 통해 콘텐츠 자체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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