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가 변화를 선택했다. 외식·골프·드라마 등 비음악 사업을 정리하고 음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러나 사업을 덜어낸 자리에 투자조합이 늘었고, 풍부한 금융자산에도 아티스트 활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은 여전하다. 블랙핑크의 그룹 계약 유지와 신인 육성,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자본배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YG엔터의 사업구조와 재무, 아티스트 IP, 경영 의사결정과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성장 전략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년 만에 936억원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90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블랙핑크 등 핵심 아티스트의 공연 일정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현금흐름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4000억원에 가까운 현금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형 투어의 유무에 따라 현금창출력이 급변하는 사업구조는 여전하다.
공연 매출 85% 줄자 영업현금 사실상 ‘제로’
YG엔터 실적 변동의 중심에는 블랙핑크의 월드투어가 있다. 블랙핑크는 2023년 9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약 1년간 이어온 'BORN PINK' 투어를 마무리했다. 이듬해에는 베이비몬스터가 정식 데뷔하고 트레저와 2NE1 등이 공연 활동을 이어갔지만, 블랙핑크 완전체의 대규모 투어 공백을 메우지는 못했다.
27일 YG엔터의 2022~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공연 매출은 2023년 1115억원에서 2024년 170억원으로 급감했다. 공연 부문의 매출총이익률도 같은 기간 28.3%에서 5.9%로 떨어졌다. 공연 규모가 줄어든 데다 수익성까지 악화하면서 대형 투어 공백의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5692억원에서 3649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869억원에서 20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감소 폭은 더욱 컸다.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551억원, 2023년 936억원에서 2024년 4881만원으로 급감했다. 유형·무형자산 취득액을 단순 차감하면 약 234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한 셈이다.
영업손실에도 순이익은 흑자를 유지했다. 2024년 연결 순이익은 200억원으로, 공동기업·관계기업 투자 처분이익 등 영업외손익이 적자를 상쇄한 결과다. 그러나 손익계산서상 흑자가 실제 영업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순이익에 비현금항목 등을 조정한 뒤에도 영업활동 자산·부채 변동으로 약 198억원이 유출되면서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102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약 163억원의 법인세 납부와 이자·배당 수취 등을 반영한 최종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연 매출 감소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에 운전자본 변동과 세금 납부 부담이 겹친 것이다.
YG엔터 측은 "2024년 순이익에는 지분 처분이익이 포함된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에는 운전자본 변동과 법인세 납부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각대금은 영업활동이 아닌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분류돼 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다.
대형 투어 재개에 실적 반등…본사 수익성 회복은 미완
반등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블랙핑크가 7월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DEADLINE'에 돌입했고, 베이비몬스터도 데뷔 첫 월드투어 'HELLO MONSTERS'를 진행했다. 블랙핑크와 베이비몬스터의 대규모 월드투어에 트레저의 공연 활동까지 더해지면서 연결 공연 매출은 1264억원으로 회복됐다.
이에 지난해 연결 매출은 5454억원, 영업이익은 713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09억원으로 늘었다. 2024년 사실상 사라졌던 영업현금흐름이 대형 투어 재개와 함께 900억원대로 반등한 것이다. 아티스트 활동 주기가 실적과 현금창출력의 변동 폭을 키우는 YG엔터의 사업 특성이 다시 확인됐다.
수익성이 과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본사 별도 영업이익률은 9.4%에 머물렀다. 2024년 마이너스 10.9%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2년 14.1%, 2023년 15.2%에는 미치지 못했다.
금융투자 관련 수익도 연결 영업이익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기타영업수익은 216억원, 기타영업비용은 24억원으로 순액은 192억원이었다. 연결 영업이익 713억원의 26.9%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자산 처분이익 130억원과 평가이익 26억원, 투자조합 관리보수 57억원 등이 주요 수익 항목이다.
다만 기타영업손익의 차액이 금융투자사업의 실제 영업이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자산 처분·평가손익과 관리보수 외에 관련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YG엔터 관계자는 "금융투자사업의 이익을 구분하려면 금융자산 처분·평가손익과 관리보수뿐 아니라 관련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별 영업이익은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투어 재개로 본업이 회복됐지만, 연결 영업이익에는 금융투자 관련 손익도 상당한 규모로 반영된 셈이다. 아티스트 활동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과 금융자산 운용 성과를 구분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익 늘어도 현금은 감소…세금·선수금 변동이 변수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 다시 엇갈렸다.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9% 증가한 30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28억원에서 271억원으로 36.6% 감소했다. 이익이 늘어도 실제 유입되는 현금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는 법인세 납부와 운전자본 변동이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법인세 납부액은 지난해 상반기 44억원에서 올해 174억원으로 약 130억원 늘었다. 회사 측은 증가액이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액 157억원의 약 8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같은 기간 444억원에서 409억원으로 약 35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최종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감소 폭이 더 컸던 데에는 법인세 납부액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운전자본 변동 폭도 컸다. 영업활동 자산·부채 증감은 지난해 상반기 약 198억원의 현금 유입 요인에서 올해 상반기 약 72억원의 유출 요인으로 바뀌었다. 양 기간 차이는 약 271억원에 달한다.
특히 선수금·선수수익의 현금흐름 조정액은 지난해 상반기 약 370억원의 유입 요인에서 올해 약 123억원의 유출 요인으로 전환됐다. 양 기간 차이는 약 494억원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는 공연 티켓이나 음반·상품 판매대금을 먼저 받더라도 공연 진행이나 상품 인도 전까지 선수금·선수수익 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후 관련 의무를 이행하면서 매출로 인식하면 해당 부채가 감소한다. 현금 수취와 매출 인식 시점의 차이가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의 괴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공시된 선수금·선수수익 변동액에는 여러 사업의 거래가 함께 반영돼 있다. 회사는 이를 공연·음반·상품 등 사업별이나 아티스트별로 구분해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 관련 기타영업손익 순액은 52억원에서 25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연결 영업이익은 179억원에서 30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이익 개선이 금융투자 관련 기타영업손익 확대에 따른 결과는 아니었던 셈이다.
YG엔터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542억원과 장·단기 금융자산 244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차입금은 약 68억원에 그쳐 재무적 완충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그러나 장·단기 금융자산에는 공정가치 변동에 노출되거나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도 포함돼 있다. 풍부한 금융자산이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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