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요구되는 경영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브·SM·JYP·YG 등 주요 엔터사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임직원 복지 강화, 공급망 상생 등을 내세우며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속도를 지속가능경영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배출량(Scope 3)은 늘어나고 있고, 임직원의 자발적 이직률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주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에도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과 관리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엔터 빅4의 환경·인적자본·공급망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K팝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4사(하이브·SM·JYP·YG)가 최근 발간한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저마다 탄소중립 로드맵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중 JYP와 YG는 RE100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실적까지 공개했으며, 하이브와 SM은 RE100 대신 자체 탄소중립 목표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배출량(Scope 3)은 4사 모두 최근 1~2년 사이 증가했다. 일부 회사는 산정 범위를 확대하면서 과거 집계되지 않던 배출량까지 새롭게 포착한 영향이 컸지만, 사업 성장과 함께 Scope 3 자체가 늘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Scope 1·2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밸류체인 전반의 탄소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26일 각 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엔터 4사 가운데 RE100 성과와 실제 전력 소비에 따른 배출 흐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은 YG엔터테인먼트다. YG는 2023년부터 REC(재생에너지 인증서)와 녹색프리미엄(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제도) 구매를 확대해 2025년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YG는 Scope 1·2 시장기준 배출량을 2103tCO2eq(2023년)에서 504tCO2eq(2025년)로 크게 줄였다. 특히 시장기준 Scope 2 배출량은 1344tCO2eq(2023년)에서 898tCO2eq(2024년), 0tCO2eq(2025년)로 감소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을 별도로 반영하지 않고 해당 지역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지역기준 Scope 2 배출량은 1376tCO2eq(2023년)에서 1492tCO2eq(2025년)로 증가했다. YG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시장기준과 지역기준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해 공시하고 있는데, RE100 달성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환 효과는 시장기준 수치에 반영된다.
시장기준과 지역기준은 모두 Scope 2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어느 한쪽이 실제 배출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두 지표의 엇갈린 흐름은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한 감축 효과와 지역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를 적용한 배출 흐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Scope 3로 범위를 넓히면 증가폭은 더 커진다. YG가 공시한 Scope 3 배출량은 168tCO2eq(2023년)에서 2508tCO2eq(2025년)로 약 15배 확대됐다. 이를 실제 Scope 3 배출이 같은 기간 15배 늘어난 것으로 단순 해석하기는 어렵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5년부터 건물·설비 등을 포괄하는 자본재 카테고리가 새롭게 산정 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정범위 확대 효과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나타났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운 SM의 Scope 3 배출량은 1870.8tCO2eq(2024년)에서 5774.4tCO2eq(2025년)로 3배 넘게 늘었다. SM 역시 온실가스 산정 카테고리를 2024년 2개(구매한 제품·서비스, 업스트림 운송)에서 2025년 8개로 확대했다. 회사 측은 산정범위 변경을 Scope 3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YG와 SM의 사례는 Scope 3 공시량 증가를 곧바로 탄소관리 후퇴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산정범위가 넓어지면서 과거 측정되지 않던 밸류체인의 탄소배출이 새롭게 숫자로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있다.
Scope 1은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배출원에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뜻하며, Scope 2는 기업이 구매한 전력·열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이다. Scope 3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원자재 조달·제품 유통·해외 투어·협력사 등 기업의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배출을 포괄한다.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 줄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Scope 1·2보다 관리가 복잡하다.
산정범위 변화와 별개로 사업 성장 속도보다 Scope 3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한 사례도 있다. 업계 1위 하이브가 대표적이다. 하이브의 Scope 1·2 배출량은 6849tCO2eq(2023년)에서 6690tCO2eq(2025년)로 소폭 감소했지만, Scope 3 배출량은 같은 기간 1만4989tCO2eq에서 1만8638tCO2eq로 24.3% 증가했다. 해당 기간 연결매출이 2조1780억원에서 2조6499억원으로 21.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출 증가율보다 Scope 3 증가율이 더 가팔랐던 셈이다.
이를 매출 1억원당 Scope 3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2023년 약 0.688tCO2eq에서 2025년 약 0.703tCO2eq로 소폭 상승한다. 반면 하이브가 공식 발표하는 Scope 1·2 기준 매출 대비 탄소집약도는 같은 기간 0.314tCO2eq/억원에서 0.252tCO2eq/억원으로 개선됐다. 사업장과 구매전력을 중심으로 한 탄소 효율은 높아진 반면 밸류체인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다른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는 절대 배출량과 탄소집약도가 반대로 움직였다. JYP는 2021년 K-RE100(국내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JYP의 Scope 1·2 배출량은 1180.74tCO2eq(2023년)에서 1507.56tCO2eq(2025년)로 27.7% 증가했으며, Scope 3 배출량 역시 311.11tCO2eq에서 623.75tCO2eq로 2배 늘었다. 4사 가운데 Scope 1·2와 Scope 3가 모두 증가한 사례다.
절대 배출량이 늘어난 것과 달리 JYP의 매출 대비 배출집약도는 0.208tCO2eq/억원에서 0.183tCO2eq/억원으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 속도가 배출량 증가세를 웃돈 영향이다. 이처럼 절대 배출량이 증가한 것과 별개로 JYP는 타임(TIME)과 스태티스타가 공동 선정한 ‘2026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평가에서 97.59점을 획득, 전 세계 500개사 중 1위(전년도 3위)에 올랐다. 절대 배출량 증가와 탄소집약도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탄소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엔터 4사의 사례를 종합하면 Scope 1·2를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환과 함께 Scope 3 측정 범위 역시 넓어지는 추세다. 산정범위 확대를 통해 과거 포착하지 못했던 배출원을 확인하는 것은 밸류체인 탄소관리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향후 과제는 측정 범위를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앨범 제작과 공연, 해외 투어, MD 제작·물류 등 주요 배출원을 특정해 실제 감축 목표와 실행계획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경우 RE100이나 재생에너지 구매는 기업이 직접 관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Scope 1·2 감축에는 효과적이지만 공연과 앨범 제작, 물류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Scope 3까지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산정 범위를 넓히는 단계에서 나아가 주요 배출원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감축 목표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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